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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현장에선] 코로나시대 프로스포츠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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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프로스포츠는 사회 문화와 경제에서 무시할 수 없는 한 축이다. 일단 대중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1년 내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여가이자 오락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프로스포츠에 대해 대중을 어리석게 만드는 한낱 공놀이에 불과하다고 폄훼하기도 하지만 프로스포츠가 사회에 기여하는 점은 결코 적지 않다.

한국인들도 프로스포츠의 시대에 살고 있다. 1968년 골프가 한국에서 가장 먼저 프로의 길을 열었지만 본격적인 프로스포츠 시대가 열린 것은 1982년 프로야구와 이듬해 프로축구 출범 때부터다. 이후 1997년 프로농구에 이어 1999년에는 여자프로농구가 시작됐고 2005년 프로배구가 자리 잡으면서 1년 내내 프로스포츠가 끊이지 않는 시대가 됐다.

세계일보

송용준 문화체육부 차장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프로스포츠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서로 몸을 부딪치거나 팀을 이뤄 펼쳐야 하는 운동경기의 특성상 선수들은 감염병에 노출되기 쉽다. 지칠 만큼 뛰다 보면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 가능성이 더 높다. 더군다나 수익을 올려야 하는 프로스포츠는 많은 관중을 좁은 공간에 불러모아야 한다. 이는 감염병 예방의 측면에서 보면 최악이다.

전 세계 프로스포츠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프로스포츠의 취약한 현실이 제대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한국 프로스포츠를 두고 이전부터 인구 즉 시장규모에 비해 프로 종목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따랐다. 하지만 수익을 내야 한다는 ‘프로’ 본연의 모습과는 동떨어져 모기업의 지원이라는 그늘에 있었기에 이 같은 걱정은 묻히고 말았다.

그나마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프로야구처럼 덩치가 커진 종목부터 자체 수익에 의해 자생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프로야구에는 모기업이 없는 구단(히어로즈)이 등장했고, 프로축구도 여러 개의 시민구단이 적은 예산으로도 생존하는 법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프로야구처럼 자력 생존을 도모한 종목이 모기업에 의존하는 종목보다 코로나19에 의한 타격이 더 크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프로야구의 경우 1년 운영비는 구단별로 300억원 안팎이지만 중계권과 관중 수익은 평균 162억원 수준이다. 기타 스폰서 수익과 상품 판매 등 여러 수익을 합쳐도 구단별로 적게는 20% 많게는 60%까지 모기업에 손을 벌린다. 그런데 올해는 수익의 25% 가까이 되는 관중수입이 완전히 사라진 셈이니 구단마다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매년 돈잔치를 기대했던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도 올겨울은 찬바람이 불 것이라는 얘기가 나돈다.

반면 오히려 자생력이 작은 종목은 생각보다 타격이 작은 눈치다. 물론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처럼 2020∼2021시즌을 끝으로 더는 구단 운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팀 자체의 존폐를 논하는 경우는 있지만 모기업이 건재한 이상 아직 재정 고민을 하는 곳은 없어 보인다. 수익구조를 만들어 자생력을 높여온 종목의 타격이 더 크다는 점이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는 한국 프로스포츠의 이상한 현실이다.

송용준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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