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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사설] 규제 3법에 집단소송제 폭탄까지, 기업을 얼마나 더 옥죌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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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대폭 확대키로 하자 재계에서는 '기업규제 3법'으로 벼랑 끝에 몰더니 이제는 아예 기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이 나서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면서 여야 정치권에 기업계 입장을 전달한 게 엊그제다. 그런데 불과 하루도 안 지나 법무부에서 더 센 법안을 낸다고 하니 기업들은 공황 상태다.

법무부가 오는 28일 입법예고하는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에는 증권을 비롯해 일부 분야에 국한됐던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전 분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종전에도 주가조작·허위공시 등으로 피해가 발생했을 때 집단소송이 가능했지만 새 법이 제정되면 분야에 제한 없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제조물책임법 등 한정된 분야에서 3~5배 배상을 하도록 한 것도 상인의 고의나 중과실로 피해가 발생한 모든 경우로 확대된다.

이번 입법 추진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나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 등 사건이 벌어진 뒤 미국이나 독일에서 집단소송과 징벌적 배상이 뒤따른 반면 국내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면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유럽이나 일본에선 엄격하게 제한하는 데다 소송 천국인 미국에서조차 소송 남발과 블랙컨슈머 등 문제로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부작용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니 전면적 확대를 서두르기보다 최대한 신중하게 검토할 일이다.

무엇보다 기업 활동 전반에 대해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되면 소송이 남발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기업이 자료를 내지 않으면 피해자 주장을 인정한다든가 법안 시행 전에 발생한 사안에도 소급 적용하는 경우 과거 활동까지 샅샅이 뒤져 집단소송을 위협하며 경영을 옥죄는 일이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 심각한 피해를 봤을 때라는 단서가 달리긴 했지만 가짜뉴스로 인한 손해도 최대 5배 배상하도록 한다는데 가짜뉴스 여부를 가리는 것부터 모호한 데다 취재를 위축시키고 언론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

피해자 구제 여건을 개선하는 일은 필요하다. 하지만 국회에 이미 지난 6월에 제출된 상법 개정안도 통과되지 않은 상태다. 코로나19로 경영환경이 사상 최악인데 하필 이때 기업 활동을 더 옥죌 규제안을 추가로 밀어붙여야 할 일인가. 올해 정부는 사상 최대 재정적자를 감수하며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경제살리기에 매달리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을 지나치게 옥죄는 입법 폭탄을 남발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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