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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기자24시] 코로나 직격탄 명동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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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내가 알던 서울 명동이 아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이 사라진 지 몇 달이 지났지만 그래도 버텨냈던 명동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다섯 집 걸러 한 집꼴로 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공실이 된 가게에는 '임대문의' 현수막만 나부끼고 있었다. 충무로에 근무하며 평일 점심 수도 없이 명동 거리를 걸었지만 이렇게 많은 임대문의 현수막을 본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살아남은 곳들은 대부분 대기업이 운영하는 곳이었고, 어떤 가게는 '전화하면 직원이 금방 달려오겠다'는 안내문만 붙은 채 불이 꺼져 있었다. 재택근무가 확산됐기 때문인지 점심을 먹으려는 직장인도 거의 없었다. 외국인 관광객의 성지로 불리는 대표 관광지, 명동은 코로나19 피해를 온몸으로 겪어내고 있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2.5단계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인 지난 11일의 일이다.

"예약 안 하고 그냥 오셔도 돼요. 사람이 없어서요." 한 충무로 식당 주인은 점심 예약 전화를 건 게 무색하게 그냥 오라고 했다. 사람이 없어서 그렇다는 식당 주인의 말이 씁쓸하게 들렸다. 식사하러 가보니 정말 우리 팀뿐이었다.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을 기다리며 식재료를 준비했다가 손님이 없어 재료를 버리느니, 휴업하는 게 이익이라는 자영업자의 말은 우스갯소리가 아니었다. 자주 가던 키즈카페는 9월 말까지만 영업한다고, 인수자를 찾지 못해 폐업한다는 구구절절한 문자를 보내왔다.

태풍이 지나간 후 무너진 건물과 흙더미만이 그날의 태풍이 얼마나 심했는지 말해주듯 코로나19도 그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2분기 들어 서울 도심 상가가 2만개 넘게 줄어들었다. 음식점이 가장 많이 줄었고, 임대료 부담이 가장 컸다고 한다.

자연재해가 큰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각종 지원하듯, 정부는 25일부터 연 매출 4억원 이하의 매출 감소가 확인된 소상공인 241만명에게 소상공인 새희망자금을 지급한다. 피해를 입은 곳을 중심으로 신속하게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지원 제도가 복잡해 과세 정보가 누락돼 소외되는 소상공인이 없도록 세심히 살펴야 할 일이다.

[오피니언부 = 권한울 기자 hanfenc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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