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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매경데스크] 코로나 갈라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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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8개월. 팬데믹에 일상이 바뀌면서 모두가 지치고 힘겨운 상황이다. 코로나 감염에는 차별이 없지만, 코로나로 인한 충격은 새로운 불평등을 낳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원격수업으로 인한 격차가 심각하다. 4월부터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면서 개별 학교나 교사의 역량에 따라 수업의 질이 제각각이다. 쌍방향 수업보다는 유튜브나 교육방송 자료만 올리는 무늬만 원격수업이 허다하다. 더욱이 맞벌이 등 평범한 가정도 부모가 출근하면 온종일 집에 방치되는 실정이다. 여기에 온라인에 노출되면서 유튜브, 웹툰, 게임 등에 자신도 모르게 중독되고 있다.

주변 환경이 갖춰진 아이와 취약 계층 아이 간 학력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오죽하면 서울교육청이 초등학교 1학년과 중학교 1학년은 전면 등교하자고 공개 건의할 정도다. 학생들의 격차를 보정해주던 학교의 기능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갈수록 커지는 경제적 격차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여행, 레저, 항공, 전시, 공연 등의 분야는 쑥대밭이 됐다.

실업자가 늘어난 탓에 지난달 구직급여 지급총액은 1조974억원으로, 전년 동기(7256억원)보다 51.2% 폭증했다. PC방, 노래연습장, 헬스장 등 업종이 사라질 판이다. 관광지, 전통시장, 대학가 등의 상가는 곳곳에 휴업과 폐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은 3만3005건으로 전년 동기(3만853건) 대비 2152건(7.0%) 늘었다. 법인 파산 신청건수는 711건으로, 법원이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3년 이후 최대치다.

실업, 폐업, 파산으로 발생한 수많은 실직자는 대리운전, 일용직 등을 전전하면서 노동난민으로 전락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잠시 멈춤'은 한가한 얘기다. 늘어나는 일자리는 배달 라이더뿐인 게 현실이다.

채용시장도 꽁꽁 얼어붙어 있다. 취업 준비생들은 원서 넣을 기회조차 사라졌고 인턴도 씨가 말랐다고 하소연한다. 8월 취업자는 전년 동기보다 27만4000명 줄었다. 아예 취업을 포기한 '구직단념자'는 지난달 68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다. '난 쓸모없다'는 자괴감에 불안하고 초조한 시간을 지내고 있다.

이같이 실물경제는 최악이고 고용시장은 한파인데 주식과 부동산 시장은 들끓고 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다 씀)' '빚투(빚을 내 투자)' 등의 신조어가 생길 만큼 주식 투자는 과열 양상이다. 23번의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은 잡지 못하고 혼선만 계속되고 있다.

초저금리로 엄청나게 풀린 돈이 갈 곳이 없어 증시나 부동산으로 유입되면서 자산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빈부 격차가 커지면서 양극화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주52시간제도 정착, 최저임금인상 등 불평등 완화 정책이 무색한 상황이다. 적폐청산, 부자 때리기 등으로 정치 편가르기를 하지 않아도 코로나가 '갈라치기'를 해주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 여파로 바닥으로 추락한 희생자들은 추석이 다가올수록 외롭고, 서럽다. 모든 게 코로나 탓이라고 하니, 누구를 원망하기도 어렵다. 희망을 빼앗긴 사람들은 절망과 울분만 남게 된다. 이들에게는 '작은 위로와 정성'보다는 '큰 위로와 정성'이 절실하다.

이들에 대한 지원은 고스란히 정부 몫이다. 세계적 모범이라는 K 방역의 화려함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코로나는 당장 끝나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속으로 곪아 가고 있다. 집권 4년 동안 보여준 실력으로는 코로나 격차를 저지할 대비책 역시 미덥지 못하다. 4차례의 추가경정예산 투입은 '임시 방편책'이다. 결국 코로나 희생자들이 감내해야 할 몫인가.

[윤상환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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