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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열심히 살던 나도 갑자기 '번아웃'.. 긴 터널 지나고 나니 나아갈 길이 보였다 [Weekend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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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에세이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낸 손미나
방송인이자 편집인, 여행작가이자 강연자…
열정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나에게 불쑥 밀려온 번아웃
'태국-쿠바-코스타리카-이탈리아-태국' 긴 여행 끝
늘 열심이었던 것이 되레 자신을 괴롭혔다는 것 깨달아
경쟁사회 속 지쳐 있는 청춘들에게 하나의 메시지 되길


파이낸셜뉴스

심리에세이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내놓은 손미나 작가 / 위즈덤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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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고 또 나를 위해 열심히 쉬었어요. 하지만 그런 제게도 번아웃이 찾아오더라고요. 긴 터널을 지나서 빠져나오니 알게 됐어요. 내 삶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기 위한 '열심'이 오히려 제 자신을 괴롭히는 일이었단 걸요."

방송인이자 편집인, 강연자, 인플루언서 등등 수많은 타이틀을 가진 작가 손미나가 새 에세이를 들고 대중 앞에 다시 섰다. 새책의 제목은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그의 12번째 책이자 첫번째 심리에세이다. 언뜻 보면 한국사회에서 성공한 사람으로서 늘 열정적이고 즐거우며 화려한 삶을 살 것 같은 그가 '불행'이라는 단어를 책 제목으로 쓰다니, 의아했다. 24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손미나는 "사실 제 자신이 정말 '불행'해서 이 단어를 썼다기보다는 '번아웃'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었다"고 손사래를 쳤다.

'자유로운 영혼'의 대명사이자 '열정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아나운서, 여행작가,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편집인,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 서울 교장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던 손미나는 2년 전 그 자신도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감정과 마주하게 됐다. 그간 맡았던 직책들을 내려놓고 모처럼 자연인으로서 그동안 수고한 자신에게 상을 주기 위해 2018년 말 떠난 태국 휴양지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우울함을 느끼게 된 것. 왜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 스스로 반문했지만 그럴 이유가 전혀 없었다. 혼란스러운 감정이 계속되자 그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해결 방법을 찾아낸다. 태국에서 만난 인도인 구루(Guru)를 만나 면담을 하고 그의 조언에 따라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여행을 떠난다. 태국에서 쿠바로, 쿠바에서 코스타리카로, 코스타리카에서 이탈리아로, 이탈리아에서 다시 태국으로 돌아오는 긴 여정을 통해 이전의 여행과는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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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손미나/위즈덤하우스


손미나는 "수많은 곳을 다녔지만 이번에는 그저 여행이 아닌 마음을 다스리고 치유하기 위한 여정이었다"며 "이전에는 여행지에서도 마치 일을 하듯 경험을 기록하고 그곳의 정보를 남기는 일에 집중했는데 이번에는 내면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여행을 마친 후에서야 이전의 나를 제대로 볼 수 있게 됐다"며 "예전의 나는 일을 할 땐 멀티 태스킹을 하며 한계까지 몰아서 일한 뒤에 쉬는 것도 집중적으로 쉬는 삶을 살았는데 이게 얼마나 자신을 극단으로 몰아가는 행동이었는지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손 작가는 "결국 일상에서 행복할 수 있는 것, 현재에 집중해 정신과 몸이 함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는 것이 행복을 되찾는 길임을 느꼈다"며 "이제 멀리 떠나지 않고 일상에서 그런 삶을 살아내기 위해 명상을 하고 마음의 소리를 듣는 삶을 추구하게 됐다"고 했다.

내면을 치유하고 돌아온 그가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는 "전세계에서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며 사는 대한민국 사회를 더 민감하게 바라보게 됐다"며 "열심히 살아오다가 어느 순간 우울해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어쩌면 그 스스로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면서 그저 피로감을 느끼며 바쁜 삶을 버텨내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손 작가는 "이번 여정을 통해 새롭게 깨닫게 된 것들을 나 혼자 간직할 게 아니라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 들어 펜을 들게 됐다"며 "책을 쓰다보면 힘들 때도 있고 즐거울 때도 있는데 이번 에세이는 집필의 과정이 힐링의 시간이었다"고 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들과 소통하고 사람들의 마음에 관심이 있었다"는 손 작가는 "대중에 얼굴을 알린 사람으로서 이론보다 실제로 사람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일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다"며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내가 먼저 지나오고 겪어온 과정들이 하나의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코로나와 에세이 집필로 한동안 사람들과 떨어져 있었다는 그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언택트 시대를 맞이했지만 오히려 전세계 모든 사람들과 온라인으로 '풀리 커넥티드'되는 시대를 맞이했다고 생각한다"며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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