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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의사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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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생각] 강명관의 고금유사

사십일 동안 광야에서의 단식을 끝낸 예수는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베드로 등 4명 어부를 불러 제자로 삼는다. 이어 첫 번째 전도 여행을 시작했다. <마태오복음>은 전도 여행의 시작을 이렇게 서술한다. “예수께서 온 갈릴래아를 두루 다니시며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백성 가운데서 병자와 허약한 사람들을 모두 고쳐주셨다.” 예수는 복음의 선포와 함께 병자와 허약한 사람을 모두 치료했던 것이다.

<마태오복음>은 이어 예수의 소문이 온 시리아에 퍼지자 사람들이 갖가지 병에 걸려 신음하는 환자들과 마귀 들린 사람들과 간질병자들과 중풍병자들을 예수에게 데려왔고, 예수는 그들을 모두 고쳤다고 전하고 있다. 건강한 사람이 아닌 온갖 질병으로 고통에 시달리던 사람들을 가장 먼저 예수에게 데려왔던 것이고 또 그들은 예수로부터 치료를 받았던 것이다. 예수는 곧 사람의 병을 고치는 ‘의사’이기도 했던 것이다.

기독교 사상의 뼈대를 이루는 <마태오복음>의 5·6·7장의 산상 설교를 지나면, 다시 병을 고치는 의사 예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예수가 산에서 내려오자 나병환자 한 사람이 절을 하며 “주님, 주님은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치료를 간청한다. 예수는 그에게 손을 대며 “그렇게 해주마. 깨끗하게 되어라”라고 하였고, 나병은 대뜸 나았다. 예수는 그 사람에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모세가 정해 준 대로 예물을 드려 네 몸이 깨끗해진 것을 사람들에게 증명하여라”라고 말했다.

나병환자를 치료한 뒤 예수는 그를 찾아온 백인대장이 자신의 종이 중풍으로 괴로워하고 있다고 말하자, 그의 신심을 확인한 뒤 역시 고쳐주었다. 이어 예수는 베드로의 집으로 갔다가 마침 열병으로 앓아누워 있는 베드로의 장모를 고쳐 주었다. 날이 저물자 사람들은 ‘마귀 들린 사람’을 많이 데려왔고 예수는 ‘말씀 한마디’로 악령을 내쫓았다. 아마도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을 고친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도 예수는 중풍병자와 하혈병을 앓는 여자, 소경, 벙어리 등을 고쳤고 심지어 죽은 소녀를 다시 살리기도 하였다.

예수는 열두 제자를 불러 ‘악령들을 제어하는 권능’을 주고, 그것들을 쫓아내고 병자와 허약한 사람들을 모두 고쳐주게 하였다. 그는 열두 제자를 파견하며 “앓는 사람은 고쳐주고 죽은 사람은 살려주어라. 나병환자는 깨끗이 낫게 해주고 마귀는 쫓아내어라.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라고 말했다. 병을 치료한 대가를 받지 말라는 말이다.

예수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예수를 고칠 수 없는 병을 고치는 사람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예수란 인물은 워낙 다양한 성격을 갖고 있지만, 그중 가장 도드라진 성격을 꼽으라면 당연히 ‘의사 예수’가 아니겠는가. 그를 따랐던 열두 사도 역시 의사로서의 역할을 맡았고, 예수의 말을 따라 대가를 받지 않았다. 오늘날도 예수를 믿고 따른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과연 ‘의사’ 예수를 따르고 있는 것인가. 나는 기독교 신자가 아니다. 그냥 궁금해서 묻는 것일 뿐이다. 아는 분이 계시면 가르쳐 주시기 바란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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