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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그 이야기에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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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책&생각] 책거리


2010년 5월 한국어판으로 나온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우리 사회에 ‘정의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그로부터 석달 뒤 이명박 대통령은 65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정 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공정한 사회는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되,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지는 사회”라고 말이죠. 맞는 말 같긴 한데, 뭔가 이물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죠. <무엇이 정의인가?>(2011, 마티)에서 공저자 김도균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공정사회론이 말하는 바는 ‘불평등이 개인의 재능을 갈고 닦은 노력과 선택의 산물인 한, 그 불평등은 정당한 불평등이라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질문합니다. “내가 가진 재능과 근면함이 과연 전적으로 내가 선택하고 노력한 산물일까요? 재능과 근면함의 결실이 온전히 나의 것이라고, 내가 그것을 누릴 응분의 자격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 사회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는 1980년대부터 ‘정의’라는 문제를 연구하고 고민해온 김도균 교수의 정의론입니다. 특히 대한민국 헌법과 법과 판례에서 정의와 공정의 문법을 찾으려 한 것이 특징이죠. <한겨레>와 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김 교수는 ‘우리 헌법은 선각자들이 불의에 대한 처방을 디자인해놓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며 그래서 ‘‘유신헌법’이나 ‘5공 헌법’에서도 차마 그것을 폐지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고 답했습니다. 그 시절… 너무 옛일 같지만 바로 어제 일 같기도 합니다.

곧 추석입니다. 옛날을 회고하며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아니겠지만 반가운 만남이 ‘거리를 두고’ 이어지겠죠. 뛰는 아파트값 이야기나 국가 몰래 자녀에게 부를 증여하는 이야기에는 거리를 두고, 모처럼 ‘정의’에 관한 이야기를 가까이하기로 하죠.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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