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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코로나 시대 화두 '공연 영상화'…'스타 마케팅'부터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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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유료 공연, 공연계 새 캐시카우 만들려면]②

공연계 직관시대 지속 장담못해

영상에 익숙한 관객 관심 끌려면

'크로스 미디어 마케팅' 활용하고

공연 통합 유통플랫폼 구축 필요

[지혜원 경희대 공연예술경영MBA 주임교수] 지난 봄 준비 없이 맞았던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공연계는 이미 녹화된 공연 영상으로 연기, 취소됐던 공연을 대체했다. 그러나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보다 체계적으로 영상화 사업을 진행하는 공연단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육군뮤지컬 ‘귀환’, 서울예술단의 ‘잃어버린 얼굴 1895’, EMK뮤지컬컴퍼니의 ‘모차르트!’ 등이 온라인 유료 상영에 나서면서다. 그러나 아직 공연의 영상화 사업은 적잖은 요소들을 갖춰가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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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진행 중인 온라인 유료 공연들(디자인=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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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의 영상화, K팝과 다른 시장으로 바라봐야


공연 장르별로 영상화 제작의 과정과 방향성을 구분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 서사가 없는 공연과 연극·뮤지컬·오페라 등과 같은 극예술 장르는 무대를 영상으로 옮겨내는 작업에서 고려 요소는 물론 관객의 취향과 니즈도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음악산업의 큰 틀 안에서 연동하는 대중음악 콘서트와 일반적인 라이브 공연 장르의 간극은 상당히 넓다. 지난 봄 유료 온라인 콘서트를 선보여 의미 있는 성공을 거뒀던 방탄소년단(BTS)의 ‘방방콘 더 라이브’나 SM엔터테인먼트와 네이버가 협업한 ‘비욘드 라이브’는 탄탄한 글로벌 팬덤을 기반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이들의 성공적 행보 뒤에는 K팝 아이돌 공연에 목마른 전 세계 팬들이 있었다. 이미 일정 수요가 확보된 시장이었던 셈이다.

국내 공연예술 시장의 규모를 이들에 견줘 영상화의 사업성을 점치는 건 어불성설이다. 특히 권리 확보와 관련해 대부분 창작 공연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는 극예술 장르의 영상화와 이미 글로벌 브랜드화에 성공한 K팝 아티스트의 콘서트 성과는 결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뮤지컬 온라인 유료 상영이 어느 정도의 시장을 확보하는지 지켜보는 것이 향후 공연 영상화의 사업화 가능성을 예측하는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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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염소나타’의 한 장면(사진=신스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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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화된 공연, 누가 보나…관람양식·과금체계 고민 필요


유료 온라인 공연 스트리밍 서비스의 상영 방식과 티켓 가격은 아직까지 현장의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모차르트!’와 ‘잃어버린 얼굴 1895’는 공연 실황을 녹화해 상영하는 방식으로 스트리밍 오픈 이후 일정 시간 동안 VOD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한다. 반면 ‘귀환’은 무관중 공연의 생중계 유료 스트리밍을 시도한다. ‘광염소나타’는 라이브 공연과 스트리밍 중계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9월 18~27일 공연을 신규 플랫폼인 ‘프리젠티드 라이브’ 사이트에서 서비스한다. 26일 공연은 CGV와 홍콩의 영화관에서도 동시 중계한다.

뮤지컬 분야에서 시도 중인 네 개 사례의 상영과 관람의 양식이 제각각인 만큼 과금 체계도 각기 다르다. ‘모차르트!’는 관람권과 MD를 묶은 패키지 상품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잃어버린 얼굴 1895’와 ‘귀환’은 관람권과 MD 패키지를 별도로 구성했다. 13회차를 연이어 생중계하는 ‘광염소나타’는 프로그램북을 포함한 개별 공연 티켓과 캐스트 패키지를 묶어 판매하며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의 ‘회전문 관객’ 몰이에 나선다.

제작사 대부분 스트리밍 공연의 티켓 가격을 현장 라이브 공연과 비교해 적정 수준으로 책정하는 동시에 MD패키지 구성을 시도한 것은 복수 관람이 가능한 스트리밍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해 1인 1티켓 판매를 유도하려는 묘책이었을 것이다. 라이브 중계가 아닌 VOD 서비스의 경우 티켓 1장을 구매해 여러 명이 연이어 관람하는 방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러 고민과 노력 끝에 진행하는 시도였겠지만 기존 뮤지컬 관객 또는 특정 배우의 팬에 기대서는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의 사업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우려도 깊다.

공연 아닌 미디어 비즈니스 속에서 해답 찾아야

공연의 영상화 사업은 장기적으로 공연시장 확대를 위한 새로운 통로임 명확하게 인식하고 미디어 수용자를 유입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공연이 낯설고 영상 미디어가 익숙한 수용자의 취향을 고려하고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크로스 미디어 마케팅’이 필요하다. 해외의 공연예술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브로드웨이HD’나 ‘디지털 시어터’처럼 지속적으로 서비스 가능한 영상화된 공연의 통합 유통 플랫폼 구축과 운영에 대해서도 공연시장이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가 공연계의 생존마저 위협하는 시점에서 부족하나마 숨통을 트기 위한 뮤지컬 제작사들의 시도가 공연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지혜원 교수는…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주임교수 △중앙대 신문방송학 학사 △컬럼비아대 공연예술경영학 석사 △연세대 영상커뮤니케이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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