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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사설]북한의 어업지도 공무원 사살, 무른 대응 결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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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소연평도 인근에서 어업지도 업무를 하던 중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를 북한군이 사살한 뒤 화장까지 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합참은 지난 21일 A씨가 실종된 이후의 흔적과 첩보 등을 분석한 결과, 북한군이 사살 후 화장하는 등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어제 공식 발표했다. 북한이 자세한 경위 등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지만 이번 사건은 가뜩이나 경색 국면에 놓인 남북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UN 연설을 통해 종전 선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불씨를 살리려는 와중에 터진 탓이다.

정부는 우선 공무원 A씨가 실종된 뒤 북한 해역으로 넘어간 경위 등에 대한 조사와 함께 북한측에 정확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는 것이 급선무다. 현재까지 군 당국은 A씨가 자진 월북을 위해 배를 탈출한 뒤 북한 단속정에 발견돼 피살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해안에 접근하는 모든 대상을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우라는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를 앞세우더라도 바다에 있던 우리 국민을 사살한 뒤 시신을 불태운 사실은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행위다. 정부는 단기간 남북관계가 경색되더라도 북한 측에 책임을 단호히 묻고 재발 방지책까지 이끌어내야 한다.

더불어 우리 군의 접경 지역 경계 태세에 또 다시 구멍이 뚫렸다는 점에서 우리는 군의 심각한 기강 해이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지난 7월 말 탈북민의 월북 사실은 물론 북한 주민의 해상을 통한 월남 사실도 제때 파악 못하는 등 수차례나 헛점을 노출한 것도 모자라 이번에 똑같은 실패를 반복한 때문이다. 신임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등 군 지휘부는 다시 한번 엄중한 책임을 통감하고 철저한 기강 확립에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 지난 2008년 금강산관광 도중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고 박왕자씨 사건 이후 또 한 명의 우리 국민이 희생된 것은 지극히 안타까운 일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비장한 각오로 북한이 해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할 때까지 끝까지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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