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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내년부터 법인카드 첫해 연회비 면제 금지… 실효성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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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카드사는 법인 회원에게 카드 가입 첫해 연회비를 의무적으로 부과해야 한다. 카드사가 법인 회원에게 과도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부가서비스가 없어 연회비가 부과되지 않는 법인카드가 대부분인데다, 내년부터 출시되는 상품부터 적용돼 기존 상품을 선택하면 여전히 연회비 면제가 가능해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여신금융협회는 법인회원의 최초년도 연회비 면제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신용카드 법인회원 연회비 부과 등에 관한 표준약관’을 마련하고 업계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이는 지난해 4월 금융위가 마련한 ‘카드산업 경쟁력 제고 및 고비용 영업구조 개선방안’의 후속조치다.

이에 따라 카드사는 이르면 내년부터 ▲법인회원이 기업분할이나 합병, 기업명 변경 등으로 일괄적으로 카드를 교체 또는 신규발급하는 경우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대상, 또는 공공사업 목적으로 발급된 법인카드 ▲기업구매전용카드인 경우 등이 아니면 법인회원에게 최초년도 연회비를 면제해줄 수 없다.

조선비즈

내년부터 카드사의 법인카드 첫회 연회비 면제가 금지된다./조선DB



카드사들의 법인 회원에 대한 과당 경쟁을 금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정작 카드업계에서는 해당 조치의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법인카드 중 최고경영자(CEO), 임원 등이 쓰는 VVIP 법인카드를 제외한 일반 법인카드는 연회비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이유에서다.

카드사 관계자는 "VVIP 법인카드의 경우 연회비가 50만원, 100만원 등으로 비싼 편인데, 이전에 카드사 사정이 좋을 땐 면제해주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해주지 않고 있다"며 "일반 법인카드의 경우 혜택 없이 결제 기능만 담겨있다보니 연회비가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일반 결제 전용 법인카드의 경우 연회비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5000원 이하 소액이 대부분"이라며 "첫해 연회비 제공 금지는 이같은 저렴한 카드가 대상이라, 영업 부서에서 다소 번거로워지는 정도"라고 말했다.

내년 이후 신규 출시되는 카드에만 해당 표준약관이 적용된다는 점도 실효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즉 내년에 법인카드를 만드는 회원이라도 기존에 출시된 상품을 선택한다면 연회비 면제가 가능한 셈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대부분 연회비 없는 카드를 선택하긴 하지만, 만약 연회비가 있는 상품을 고른다 해도 영업상 연회비 면제가 가능한 기존 상품으로 가입을 안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처럼 연회비 면제가 금지된다는 점을 명시해두면 연회비가 없거나 면제가 당연시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꿀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2008년 이전까지만 해도 개인 신용카드를 발급할 때 첫회 연회비 면제는 기본 옵션이었는데, 지금은 첫해부터 연회비 내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며 "실효성은 적을지라도 추후 법인카드 관련 과당경쟁을 줄이는 디딤돌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카드업계에 법인카드 관련 마케팅을 축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카드사간 과당 경쟁을 막고, 법인·대형가맹점 마케팅 비용이 중소 가맹점 수수료 부담으로 돌아가는 고리를 끊기 위해서다. 앞서 정부는 내년부터 카드사가 법인회원에게 제공하는 경제적 이익이 해당 법인 회원이 쓰는 연간 신용카드 이용액의 0.5%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윤정 기자(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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