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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가성비 좋은 PB 상품 시대, 키워드는 디자인…PB 상품의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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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의 PB 상품에 소비자들의 마음이 활짝 열리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편의점과 대형 마트, 홈쇼핑 등 각종 유통 업계가 이 산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소비자 반응이 뜨거워진 것은 최근이다. 제품력에 이어 디자인 능력까지 갖추었기 때문이다.

합리적 가격의 PB 상품 시대가 열렸다. 유통업체가 자체 개발한 상품은 일단 싸다. 최근엔 질도 개선되고 무엇보다 세련미까지 장착했다. 이제 소비자는 ‘이게 PB인지 아닌지’ 따지지 않고 구입한다. 요즘 코로나 영향으로 온라인을 통한 가심비 소비가 각광받으면서 더욱 인기가 올라갔다.

지난 수십 년을 돌아보면 국내 PB 상품의 행보는 그리 밝지 않았다. 과거 소비자들은 PB 상품을 전문적이지 않고 값만 싼 제품으로 인지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흉내 낸’ 제품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편의점과 대형 마트, 홈쇼핑 등 각종 유통 업계가 이 산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소비자 반응이 뜨거워진 것은 최근이다. 그중에도 꾸준한 제품 개발로 소비자의 눈도장을 찍은 것이 있으니, 2014년 식품 브랜드로 론칭한 신세계푸드와 이마트의 합작품 ‘피코크PEACOCK’다.

시티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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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랜드NO BRAND’도 있다. 2015년 세상에 나온 노브랜드는 과자, 초콜릿 등의 가공식품뿐 아니라 휴지, 세제 같은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상품을 출시 중이다. 최근에는 신세계푸드가 ‘노브랜드버거’라는 햄버거 브랜드를 론칭해 화제를 모았다. ‘상표가 없다’는 이름의 이 브랜드는 감각적인 네이밍만큼이나 소비자를 끌어당기는 요소가 있는데, 바로 세련된 디자인이다. 요즘의 소비자는 가성비는 물론이고 가심비 역시 중요시 여긴다. 그 중심에 ‘디자인’이 딱 버티고 있다. 노브랜드는 노란색과 검은색의 대비를 통해 강렬한 시각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유럽의 이정표처럼 선명하고 활기차다. 또 단단하고 심플한 타이포그래피로 합리적 소비와 현대적 감각을 표현한다. 옛말에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표현이 있다. 같은 조건이면 아름다운 것을 택하는 인간의 심리를 이르는데, ‘이왕이면 멋진 디자인’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가성비 집중형 상품을 기획할 때 디자인의 역할은 ‘프리미엄 이미지’와 ‘트렌드 반영’이다. 같은 재료로 만든 같은 물건이라도 포장이 어떤지에 따라 값어치가 달라 보인다. GS리테일의 PB 브랜드 ‘유어스YOU US’의 아이스 음료 파우치가 2018년 레드닷디자인어워즈에 도전해 본상을 수상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유어스는 당시 19개 음료 패키지에 각각 다른 일러스트를 적용했다. 소비자 접점이 높은 상품에 심미적 가치를 더해 가격과 상관없이 디자인이 중요한 요즘의 소비 행태를 반영한 것이다. 그 물건이 생활 밀착형이라 할지라도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프리미엄 이미지를 마다할 사람이 있겠는가. 편의점에서 사는 물건이든 마트에서 사는 물건이든 말이다.

2018년부터 세븐일레븐이 배달의 민족과 협업해 판매하는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라멜마끼아또’ 시리즈는 패키지가 트렌드를 적용하기에 가장 쉬운 매개체라는 걸 보여 준다. 젊은 고객층을 대상으로 ‘유머와 을지로 감성’ 트렌드를 여지없이 반영했다. 트렌디한 제품은 SNS에 공유되기 십상이고 결국 디자인은 적극적 마케팅 수단이 된다.

유통업계의 PB 상품이 진화할수록 제조업체의 NB 상품과의 질 격차는 줄어든다. 싸지만 질이 좋다는 걸 직관적으로(매장에서 직접) 어필하기 위해서는 결국 고급스럽거나 트렌디한 디자인이 제일 빠른 길이다. 가격이 저렴하면 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심이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가격의 신기원이라 불리는 쿠팡의 탐사수가 타이포그래피로만 라벨을 디자인해 군더더기 없는 세련됨을 준 것도 같은 맥락이다. PB는 바이러스 시대를 맞은 유통업체들이 붙잡은 동아줄이다. 그러므로 포장의 기술, 디자인 스킬은 나날이 발전할 것이다. 그것도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글 안성현(문화평론가) 사진 노브랜드, 노브랜드버거, 세븐일레븐, 쿠팡]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48호 (20.10.0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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