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통화정책 사실상 휴업
정권교체 가능성 대비하는 듯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행보가 뭔가 이상해졌다. 상당기간 제로 수준에서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 외에는 시장이 기대하는 행보를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
이번주 사흘에 걸쳐 진행된 미 의회 증언에서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기 불확실성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연일 정부의 빠른 부양책 시행의 중요성만 강조했다. 추가 대출 프로그램이나 수익률곡선제어(YCC·Yield Curve Control), 마이너스 금리 등 연준의 카드에 대해선 일체 언급을 삼갔다.
연준의 자산 규모는 지난 5월 이후 7조 달러 수준에서 멈춤 상태다. 지난 2월 이후 석달새 자산 규모를 3조달러 가량 빠르게 늘린 탓이지만, 애초 10조 달러까지 확대될 것이란 예상과 차이가 크다. 지난달 27일 잭슬홀 미팅 이후 내놓은 평균물가목표제(AIT·Average Inflation Target)도 알맹이가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범위와 기간에 있어 모호성이 구체화되지 못했단 지적이 나올 정도다. 되레 기대 인플레이션을 꺾는 하방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국제금융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인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율(BEI·Breakeven Inflation Rate·10년)은 24일 현재 1.58%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말 대비 20bp(1bp=0.01%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주요 자산은 인플레 헤지 기능을 갖는데, 인플레가 낮아지니 자산시장도 맥을 못추는 모습이다.
연준의 AIT에는 인플레이션을 높여 실질금리(명목금리-물가상승률)를 마이너스로 유지하려는 포석도 담겨 있는데, 잭슬홀 미팅 이후 실질금리의 마이너스 폭은 오히려 점차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물가연동국채(TIPS·10년) 금리는 지난달말 -1.08%에서 23일 현재 -0.92%까지 상승했다.
새로운 부양책을 내놓기는 커녕 새로운 규제만 준비 중이다. 연준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은행 스트레스테스트(금융시스템의 안정성 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2010년 제도 도입 이후 한 해에 두 차례 진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안정 강화, 즉 규제 강화 움직임이란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미국 대선을 의식, 의도적으로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경제정책의 큰 틀이 바뀔 가능성이 커서다. 새 행정부의 경제정책과 통화정책의 호흡을 맞추기 위한 복안이란 분석이다.
서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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