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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러다간 공멸 뿐”... 광주와 전남, 통합 논의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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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발전 기폭제 되나

통합론, 공론장에 오른다

조선일보

이용섭 광주시장(왼쪽)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2018년 취임직후 만나 포옹하고 있다. /광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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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 중

#.광주광역시 광산구 삼거동과 전남 함평군 월야면 일대 407만1000㎡. 이곳이 ‘미래형 자동차산업지구’인 빛그린 산업단지이다. 노사정합의를 바탕으로 적정한 임금수준의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광주형일자리(노사상생형) 개념으로 운영되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세워지고 있다. 행정안정부는 지난 7일 광주경제자유구역청의 기구와 정원을 승인했다. 내년 1월 개청할 예정이다. 이 기구에는 청장 1명(1~2급), 본부장 1명(3급)을 비롯한 투자유치 전문가 등 45명 규모로 꾸려진다. 이 기구는 빛그린 산단을 포함한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산단의 기업투자유치와 신산업 유치와 투자지원업무를 맡게 된다. 하지만, 이 기구에는 광주시의 요청에도 전남도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전남도는 이미 광양만권자유구역청이 있어 기구가 늘고 중복된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했지만, 광주시가 주도하는 이 기구에 참여해도 실질적으로 인사 등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다. 하나의 공단에 시·도경계선에 따라 광주시와 전남도는 개별적으로 자기지역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소모적 경쟁을 벌이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실질적으로 협력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지난 10일 광주에서는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대비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정부가 수도권 공공기관을 지방에 이전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어떤 기관들을, 어떻게 유치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하는 자리였다. 광주·전남 상생을 위해 공동유치협의회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하지만, 광주시와 전남도는 각기 공공기관 40개를 각기 자기지역으로 유치하겠다고 했다. 절반에 해당하는 20개가 중복돼 있었다. 한 참석자는 “광주시와 전남도가 각기 해당지역으로 서로 유치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고,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공동으로 혁신도시를 전남 나주에 유치한 당시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혁신도시 입지 이후 두 지역은 이해관계에 따른 비협력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나주혁신도시이전기관들이 내는 지방세수입 등으로 생긴 발전기금을 공동사용키로 협약했지만,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 그 중의 하나이다.

#.광주·전남의 공동과제중의 하나가 전남 무안국제공항을 활성화하고, 광주군공항을 전남으로 이전하는 사업이다. 우선 광주군공항에 더부살이 하는 민간공항을 무안공항으로 이전하다는 사업이 예정돼 있다. 내년까지 이전한다는 것이 광주시의 입장이다. 무안공항을 이용하는 주고객은 광주시민들일 것은 자명하다. 외국인들이 공항을 보다 잘 인지하기 위해서도 공항명칭에 광주를 포함해야한다는 광주시의 요청을 전남쪽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군공항의 전남이전은 언제 어디로 가능할 것인지 전망이 서지 않고 있다. 이전예정후보지로 거론된 지역에서 반발하고 있는 상태에서 전남도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군공항이전은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 광주군공항이전사업은 특별법에 따라 이전을 원하는 지자체(광주시)가 군공항예정지를 조성하고, 국방부는 기존 군공항부지를 넘겨주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전사업비는 5조7480억원.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군공항이전사업은 2028년까지 마친다는 계획이다. 광주의 경우는 군공항 이전 특별법 통과(2013년), 2016년 8월 광주군공항 이전에 대한 국방부의 ‘적정’ 통보 이후, 대구·수원과 달리 예비이전후보지 선정 조차 되지 않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한 뿌리라며 상생과 공동번영을 표방하지만, 실제 사업들에서는 갖가지 이해관계에 따라 진척되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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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청사. /광주시


◇"이젠 통합해야"

“지금처럼 각자도생하고 치열하게 경쟁하면 공멸뿐입니다. 해결책으로 행정통합을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입니다.”

지난 10일 공공기관 이전 대비 토론회에서 이용섭 광주시장이 축사를 하던 중 통합문제를 거론했다. 이 시장은 “1차 공공기관이전 때의 그 절박함과 상생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광주·전남이 공동 대응해야한다”며 “광주·전남은 천년을 함께 해온 공동운명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즉흥적인 것도 아니고, 어떤 정치적 계산도 없다”며 “오직 상생과 동반성장,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풍요로운 미래를 물려주기 위한 평소 소신을 얘기했다”고 했다. 이 시장을 보좌하는 광주시 관계자는 “시장으로 일하면서 광주와 전남이 통합돼 있으면, 여러 사안들이 순조롭게 풀릴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는 자주해왔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통합의 필요성으로 ‘국가균형발전과 도시경쟁력 제고’를 꼽고 있다. 소규모 자치단체로는 수도권의 블랙홀을 막아낼 수가 없고, 낙후와 인구소멸의 문제도 극복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광주와 전남이 통합하면 자생력과 자립경제가 가능한 단일광역경제권을 구축, 지금보다 강력한 경제블록을 형성하고 지방분권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지역단위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인구가 500만명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프랑스는 22개 레지옹(광역지자체)을 13개로 통합했고, 일본은 도도부현(都道府縣)을 47개에서 9~13개로 개편중이라는 점을 예로 들고 있다. 이 시장은 ‘소지역주의나 불필요한 경쟁 탈피’로 공동번영과 경쟁력확보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간의 중복투자, 과다경쟁, 현안대응능력약화 등에서 벗어나 발전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시장의 통합제기와 관련, 전남도는 공식적으로 말을 아끼고 있다. 정치권이 가세한 통합 논의에 참여해 논란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지난 11일 대변인 명의로 낸 것이 공식 입장이다. 전남도는 “광주·전남은 역사적으로나 경제·사회·문화적으로 한 뿌리로 공동 운명체”라며 “통합에 기본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다. 또 “지속적으로 감소중인 인구문제와 지방소멸 위기, 낙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전남도는 민선 1기인 1995년부터 3년간, 2001년 도청 신청사 착공을 앞둔 시점 등 두 차례에 걸쳐 통합을 위해 적극 노력했으나 안타깝게 무산된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이에 따라 “도민의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통합 논의도 할 수 있다”며 “광범위한 공감대 형성과 도민의 의견 수렴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도민, 시민·사회단체, 시·도 의회 등의 광범위한 공감대 형성과 의견 수렴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김영록 도시사는 “단순한 행정통합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기 때문에 준연방제에 준하는 권한과 책임이 부여된 지방분권이 필요하다”며 “정부차원의 강력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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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청사. /전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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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 시작"

이 시장은 22일 다시 이어나갔다. “지역간 통합은 시대적 소명입니다. 차분하게 서두르지 않고, 그러나 중단없이 의견을 모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시·도민들의 전반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광주·전남행정통합준비단을 발족해달라”고 주문했다. 통합준비단이 발족되면, 향후 추진방향과 계획을 수립하고, 통합의 장단점을 지역사회에서 논의하며 통합논의가 공론의 장에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1~2차때에는 전남이 제안했으나, 광주시와 일부 전남지역에서 반대여론이 높아 성사되지 못했다. 이번에는 광주시가 먼저 제안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20여년 전과는 사뭇 다르다. 광주와 전남이 갈수록 경쟁력을 상실하는 과정에서 통합으로 지역발전을 의도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이 시장이 각계와의 접촉을 시작했다. 24일 광주시의회의장단, 구청장들과의 간담회에 이어, 25일에는 민주당 주최 ‘국가균형발전과 행정수도완성 토론회’에도 참석, 통합론을 제기하고 있다. 오는 10월 3일에는 광주지역 국회의원들과도 협의할 예정이다. 이어 추석 이후 김영록 전남도지사, 김승남 민주당 전남도당위원장, 송갑석 민주당 시당위원장과 만나 협의키로 했다.

광주·전남지역의 기초단체장들도 대체적으로 찬성입장을 보이고 있다. 광주시 5개 구청의 경우 구청장들이 모두 통합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남22개 시장·군수의 경우 찬성 12, 유보 6, 반대 4의 입장으로 조사되고 있다. 통합 찬성입장을 밝힌 유근기 전남 곡성군수(시장·군수협의회장)는 “10월중 시·군단체장 모임을 갖고, 통합에 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남 22개 시·군의회도 내달 정기회의를 갖고, 통합에 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광주·전남은 기관통합의 경험을 갖고 있다. 광주전남발전연구원이 2007년 분리되었다가, 2015년 통합했다. 개별연구원이 소속 지역에 대한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시책을 연구하는 폐단이 발생하자, 통합하였다. 기관통합당시의 논리와 현재의 행정통합논리가 다르지 않다.

학계에서는 만시지탄(晩時之嘆)이라며 지금이라도 본격적으로 통합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정록 전남대교수(지리학)는 이와 관련, “글로벌 경제에서 경쟁단위는 국가가 아닌 지역이 된지 오래”라며 “지역국가처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려면 집적된 경제공간이 지리적으로 넓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상생을 말하면서 이해가 갈리는 사업에 대해선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는 지금의 광주와 전남에는 생활권과 행정구역을 일치시키는 광역행정이 필요하다”며 “행정구역별 중복투자로 발생하는 비효율을 해소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행정통합은 지역경쟁력 확보의 지름길이며 광주·전남의 생존전략”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역의 명운(命運)을 좌우하는 중요한 의제”라며 “통합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와 전남에서 통합논의가 어떻게 공론의 장에서 펼쳐질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 8도’체제에서 1896년 전라도가 남·북 2개 도로 나뉘었다. 이 때 전라남도가 설치되었다. 도청을 당시 광주(군)에 두어오다 지난 2005년 11월 전남 무안군 삼향면 남악리로 이전했다. 광주시는 지난 1986년 11월 직할시로 승격, 전남도와 분리되었다. 옛 전남도청 소재지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서 있다. 광주는 현재 146만명, 전남은 186만명이 살고 있다.

[권경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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