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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위태한 유산’ 3대가 함께한 40일간의 미국 여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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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반복되는 일상에 힐링을 선사하는 여행을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아마 떠나기 한참 전부터 여행이 주는 설렘에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바쁜 현대인들과 직장인들에게 자유로운 여행은 그렇게 상상만으로도 반갑게 다가온다.

그런데 어느 한 가족의 여행은 조금 달랐다. 떠나기 전부터 삐걱거리며, 의견 충돌에 급기야 이럴 바엔 없던 일로 하자는 발언까지…. 이런 좌충우돌에도 그들은 화합했고 결국 떠났다. 온 가족이, 40일간, 미국으로. 그리고 ‘위대한 유산’을 가슴에 새기며 멋지게 돌아왔다.

여행에서 사람을 발견하는 여행 인문학 도서 ‘위태한 유산(저자 제준, 제해득)’ 이야기다. 평생 캠핑카라고는 타본 적이 없는 할아버지와 미국에 가본 적 없는 장모님, 해외여행이 처음인 사위, 회사를 그만둔 이모, 과감하게 육아 휴직을 한 작은 매형, 태어난 지 22개월밖에 되지 않은 조카, 50개가 넘는 도시를 여행한 아들 등 총 8명의 가족이 모여 40일간 미국 횡단 여행을 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40일이라는 기간 동안 캠핑카를 타고 미국 동·서부를 누빈 거로도 모자라 캐나다와 하와이까지 다녀왔다. 당연히 서로 평소 알던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에 새삼 실망하기도 하고, 잘 맞지 않는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때로는 배려하느라 싸웠고, 때로는 배려하지 못해서 싸웠다. 현실 가족의 모습이어서 읽는 내내 이들의 좌충우돌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가장 소중한 것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삶을 대하는 태도가 변화되기 시작한다. 불확실한 미래로 방황하는 청춘부터 부모라는 이름의 무게를 느끼기 시작한 청년, 은퇴 후 가족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싶은 부모까지 가슴속 깊이 평생 간직할 수 있는 무언가를 얻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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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마친 부자는 40일간 느낀 것들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 여행 에세이로 출간했다. 출판사인 안타레스는 “위태한 유산은 미국 여행에서의 살아 숨 쉬는 이야기와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는 따뜻한 성찰의 글이 담겨있다”며 “가슴이 뛰고 흥미로운 미국 여행 이야기를 통해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가 놓치는 것에 대해 성찰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조금은 당황스러운 여행이다. 힐링을 위해 떠나는 여행일 텐데, 낯선 곳에서 서로의 감정만 상하게 만들지 않을까 싶어 선뜻 나서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요새는 코로나19 때문에 여행을 떠날 수도 없지만,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이런 여행은 힘들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용기 있게 떠났고, 위대한 유산을 새기며 멋지게 돌아온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신효정 동아닷컴 기자 hj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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