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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김정은 '연평도 사태' 사과..남북관계 또 다시 기로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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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이례적으로 빠르게 유감과 사과 표명
文대통령과 남녁 동포에게 "미안한 마음"
北 통지문 내용, 軍 발표와는 다른점 많아
온건한 北의 의도에 대해서도 '갑론을박'
정상국가화, 南 이용가치 남았다 분분해


파이낸셜뉴스

[서울=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9호 태풍 '마이삭'으로 피해를 입은 함경남도 지역을 찾아 정무국 확대회의를 열었다고 6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쳐) 2020.09.06. photo@newsis.com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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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비무장한 우리 국민이 북측에 피격돼 사망한 '연평도 사태'에 대해 북한이 극히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유감과 사과의 뜻을 표명하면서 파탄 국면에 접어들던 남북관계 또 한 번 변화의 분기에 서게 됐다.

북한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지만 긍정적 측면이라면 북한과 대화에 다시 나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고, 북한이 미 대선 이후 한반도 정세에서 남쪽을 이용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을 했다면 결과적으로 다시 북한에게 이용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北 “경계규정 대응으로 피해자 사망..부유물을 태운 것”
25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북측이 보낸 통지문을 공개했다. 이 통지문에서는 북측이 파악한 이번 사태의 전말이 담겼다.

통지문에 따르면 북한 해상에 부유물을 타고 나타난 실종 공무원 A씨는 북측의 신분 확인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고 2발의 공탄 발사에 도주하려는 등 움직임을 보였다. 북한군은 해상경계 근무규정에 따라 40~50m 거리에서 총 10여발을 발사했다.

이 통지문에는 북한군이 사격 이후 접근해 확인했지만 부유물만 남은 채 A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많은 양의 혈흔이 발견됐다고 서술됐다. 또 북한군은 A씨가 사망했다고 판단하고 해당 부유물을 국가비상방역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북측은 “우리는 귀측 군부(국방부)가 무슨 증거를 바탕으로 불법 침입자 단속과 단속 과정 해명에 대한 요구도 없이 일방적인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 등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가 깊은 표현들을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월북·사체훼손 등 쟁점서 軍의 설명과 北 입장 사뭇 달라
지난 24일 군은 22일 북한군에 의해 발견된 A씨가 월북 의사를 밝혔지만 북측은 구조 등 활동을 벌이지 않고 일정 거리를 유지했고 상부의 지시를 받고 총격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뒤 그 사체에 기름을 뿌려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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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서욱 국방부 장관. 2020.9.24/뉴스1 /사진=뉴스1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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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이 통지문을 통해 밝힌 사태의 전말은 군의 발표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A씨가 월북 의사가 있었다는 점이나 그의 사체가 기름에 뿌려져 불태워졌다는 내용 등 중요한 부분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아직 진위 여부를 확실하게 알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북한의 주장이 맞다면 군이 다종다양한 첩보 자산을 통해 입수한 정보가 정확하지 않았고, 잘못된 정보 분석으로 A씨 개인의 명예나 남북관계와 안보 전반에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었던 사례가 될 수 있다.

■예상에 없던 북한과 김정은의 극히 이례적인 사과 표시
이날 통지문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신속한 북한의 유감 표시와 사태를 대하는 북측의 온건한 태도에 있다. 지난 6월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파괴하며 평화의 시대가 끝났다며 으름장을 놨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반응이다.

북측은 통지문에서 “우리 지도부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발생했다고 평하면서 이 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상경계감시 근무를 강화하며, 단속과정의 사소한 실수나 큰 오해 부를 수 있는 일이 없도록 해상에서 단속취급 전 과정을 수록하는 체계를 세우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우리 측은 북남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악영향을 미칠 일)이 우리 측 수역에서 발생한데 대해 귀측에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면서 “지도부는 이런 유감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최근에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 더 긴장하고 각성하며 필요한 안전대책을 강구하는 것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위원장이 “불미스러운 이번 사태로 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준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했다. 김 위원장이 사과의 의사를 표명하는 것은 남북관계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의 의도는? 정상국가化, 南 이용가치 등 분분해
북한의 의도를 두고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북한이 빠른 속도로 유감과 사과의 뜻을 전하며 우리 군 당국의 발표에 불만을 드러낸 것은 북한도 정상 국가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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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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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북한이 남북관계는 물론 국제사회의 보편적 규범과 질서에 따르는 국가라는 것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해 이 같이 빨리, 그리고 온건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북한은 아마 후자 쪽에 더 많은 방점을 찍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측 민간인이 북한군의 총에 맞아 죽은 사실은 확실하고 현대사회에서 이를 감출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차라리 이것에 대해 유감과 사과의 뜻을 표하면서 북한도 정상국가라는 것을 내보이기 위한 차원에서 통지문을 보내왔다는 것이다.

반면 북한이 아직 이용가치가 충분히 남아있는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가 이번 연평도 사태로 큰 위기에 처해 대북 관련 문제에서 영향력을 잃게 될 것을 우려해 빠르게 남쪽의 정치적 상황에 개입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최근 북한은 정부를 무시하고 적대적 성향까지 드러냈지만 오는 11월 미 대선 이후 국제정세의 변동과 차기 미 행정부와의 교통을 위한 문 대통령과 현 정부의 가치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즉 북한은 향후 국제정치 구도의 큰 변화 속에서 자신들을 가장 잘 이해하고 대변해줄 대상으로 문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를 염두에 두고 있고 있기 때문에 이런 통지문을 통해 대통령과 여권에 대한 대북리스크와 부담을 덜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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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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