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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부동산 스캔들'에... 교황청 2인자 돌연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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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불법투자 관련 징계 가능성
한국일보

이탈리아 출신의 안젤로 베치우 추기경이 2018년 6월 28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사도궁에서 열린 추기경 서임미사에 참석한 모습. 바티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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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2인자'로 꼽히던 지오반니 안젤로 베치우 추기경이 돌연 사임했다. 구체적인 사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몇 년간 이어져온 자선기금의 부동산 불법투자 의혹에 대한 징계성 조치라는 추측이 나온다.

바티칸 교황청은 2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베치우 추기경의 시성성 장관 사임을 수락하고 추기경으로서의 권한 포기 의사도 수용했다"고 발표했다고 AP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베치우 추기경은 2011~2018년 교황청의 핵심 기관인 국무원의 장관을 지냈고, 이후 추기경이 시성성 장관에까지 오른 교황청의 실질적 2인자로 꼽힌다. 시성성은 교회가 공경할 성인을 선포하는 시성(諡聖)을 관리ㆍ감독하는 곳이다.

베치우 추기경의 사임은 전격적이었고, 특히 추기경의 직함은 유지하면서도 고유 권한인 콘클라베 투표권(교황 선출권)을 포기했다는 점 때문에 외신들의 주목을 받았다. 로이터통신은 "수년간 교황청에서 벌어진 일 중 가장 미스터리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가디언은 "사임 이유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베치우 추기경의 사임 이유로는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이 거론된다. 교황청은 2014년 빈민구제 목적의 특별헌금인 '베드로의 성금' 가운데 200만달러(약 23억3,000만원)를 영국 런던의 부동산 투자에 유용한 혐의로 바티칸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그가 국무원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기다.

베치우 추기경은 그간 "부동산 투자는 정당했다"면서 해당 의혹을 중상모략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경찰은 작년에 이어 올해 2월에도 국무원을 압수수색했고, 특히 지난 6월에는 부동산 매매에 관여한 이탈리아 금융업자를 체포하는 등 강도높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교황청에 소속되지 않은 이탈리아 시민이 바티칸 수사기관에 체포돼 구금되는 건 이례적이다.

교황청은 베치우 추기경의 사임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미 뉴욕타임스(NYT)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더는 그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교황청의 이번 조치가 사실상의 징계라는 얘기다. 실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월 관련 의혹에 대해 "위법성과 별개로 교회의 성격과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며 신자 공동체에 혼란과 불안을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장채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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