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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지난해 네이버·카카오 313만개 계정 압수수색... 공권력에 대한 시민 역감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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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넷투명성보고서 2020 발간

지난해 네이버·카카오 압수수색 2만7000여건
한국일보

한국 인터넷투명성보고서 2020.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인터넷투명성보고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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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네이버와 카카오 양대 포털사에 요청된 압수수색으로 약 313만개에 달하는 계정 정보가 수사기관에 제공된 것으로 조사됐다. 계정 수는 2017년(1,079만개)이나 2018년(830만개)에 비해선 크게 줄었지만, 압수수색 건수 자체는 지난해에 비해 57%나 증가했다. 압수수색으로 확인할 수 있는 범주는 다른 통신 감시 제도와 달리 광범위한 만큼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의 기본권이 과도하게 침해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상담소의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서 연구팀은 25일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뤄진 정부의 인터넷 상 감시 및 검열 현황을 분석한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서 2020'을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정부와 네이버, 카카오가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4대 인터넷 감시 조치가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 나아가 우리나라의 인터넷 자유가 얼마나 확보돼있는지 분석하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 2015년부터 매년 공개되고 있다.

정부가 범죄 수사와 국가 안보를 목적으로 국민들의 통신을 감시할 수 있는 방법은 △압수수색 △통신제한조치(감청) △통신사실확인 △통신자료제공 등 총 4가지다. 가장 포괄적이고 강제적인 조치는 '압수수색'이다.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이 필요한 압수수색의 경우 통신 내용부터 기록, 신원정보까지 모두 확인이 가능하고 사업자들이 정보 제공을 거부할 수 없다. 압수수색 현황은 정부에서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네이버와 카카오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지난해엔 양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2만6,729건 요청돼 312만7,340개 계정 정보가 제공됐다. 투명성보고서는 "수사기관이 증거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혐의점을 잡기 위해 압수수색부터 하고 보는 경향이 강화됐다"며 "공권력에 대한 시민의 역감시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통신제한조치(감청)'를 통해서는 통신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데, 통화나 문자메시지부터 이메일과 메신저·채팅, 비공개 게시물 등이 모두 포함된다. 하지만 2016년 대법원 판단에 따라 실시간 감청이 아닐 경우 증거 능력을 인정받을 수 없게 됐고, 2018년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회선에 대한 감청(패킷감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14년 '카톡검열'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카카오는 2016년부터 아예 통신제한조치에 응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이뤄진 인터넷 상 855개 계정에 대한 감청 요청 중 98.6%에 달하는 843건은 국정원이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실확인' 조치의 경우엔 통신 내역과 기록을 요청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터넷 로그기록 자료, 통신·인터넷 접속주소(IP) 추적자료 등이다. 지난해 인터넷 사업자들에 대해서는 총 10만5,112개 계정에 대한 요청이 이뤄졌는데, 이는 전년도(10만9,524개)에 비해선 소폭 줄어든 개수다. 마지막으로 '통신자료제공' 조치의 경우 가입자의 신원정보를 요구한다. 지난해 인터넷업체에 대해서는 23만8,347개의 계정 신원정보가 요청됐다. 그러나 통신자료제공은 법원의 허가 없는 요청이기 때문에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2013년부터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보고서는 "통신제한조치나 통신사실확인, 통신자료제공은 전년 대비 비슷하거나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양대 포털사이트의 압수수색 현황은 전년 대비 15배에 달할 정도로 증가해 수사기관의 포괄적 감시 관행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거의 무제한적인 감시가 가능한 압수수색 방식이 인터넷 감시의 주요 방식으로 자리잡으면서 공권력의 인터넷 감시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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