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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동양의 애덤 스미스 `이시다 바이간` 日경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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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일본이 빠른 시간에 근대화를 이루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놀라운 속도로 경제 발전을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일본은 이미 에도 시대 말기부터 개발된 기술과 경제를 갖고 있었고, 노동자들도 우수했다.

1863년에 일본을 찾은 에임 험버트 스위스시계업조합회 회장은 "유럽인이 일본 장인을 만나 놀란 점은 그들이 지닌 기교가 극한에 달했다는 사실"이라고 했고, 1866년 일본에 부임한 이탈리아 사절 아르미뇬도 "일본인이 중국인보다 크게 앞선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간 '정의로운 시장의 조건'은 18세기 일본의 사상가 이시다 바이간의 '석문심학'이 이런 발전상에 적극 기여했다고 진단한다. 자신이 매일 하는 일의 의미에 대해 석문심학이 해답을 주었고 이를 좇아 근면·정직한 노동자들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가르침에 깊은 깨달음을 얻어 온 가족이 석문심학에 입문했는가 하면 가르침대로 근면과 검약에 힘써 예상치 못했던 막대한 재산을 벌어들인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시다 바이간은 경제활동을 도덕과 연관지어 논한다. △고객은 정직하지 않은 상인에게 공감하지 않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의무이자 본성이다. △인생관과 일의 가치를 일치시켜라. △부의 원천은 노동이며 부의 주인은 천하만민이다. △자본의 논리와 조화를 이루는 도덕관을 확립할 것 등을 강조하며 정당한 이익을 추구하는 도덕적 경제 주체들이 활약할 때 지속가능한 부가 창출된다고 주장한다.

책은 이시다 바이간의 '석문심학'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애덤 스미스, 피터 드러커 등 서양 사상가들을 끌어오며 그의 사상에 대해 비교·분석한다. 2장에서는 애덤 스미스 저서 '도덕감정론'을 바탕으로 그와 이시다 바이간에 대해 다룬다. 두 사상가 모두 일정 수준의 사익 추구는 스스로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 덕분에 개인이 반드시 공공의 이익 증대를 의식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반면, 이시다 바이간은 매번 경제활동에 있어 이를 염두에 둘 것을 강조한다. 가마쿠라 시대 중기의 무사 아오토 사에몬의 일화를 예로 든다. "아오토 사에몬은 10푼짜리 동전을 잃어버리자 세상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50푼을 들여 그 동전을 찾아냈다고 하는데,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런 행위는 세상을 위한 검약이며, 천명과 합치해 복을 얻는 일이다."(86쪽)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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