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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주말에 뭐볼까] 뮤지컬 `베르테르`, 언제 들어도 가슴 시린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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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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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얘기는 아무리 들려줘도 지루해하지 않는다. 다들 저마다의 기억들을 덧씌워 같은 작품이라도 매번 다르게 보기 때문이다. 아픈 사랑일수록 더욱 그렇다. 스스로가 비련의 주인공인 듯 추체험하며 슬픔에서 헤어 나오질 못한다. 뮤지컬 '베르테르'가 2000년 초연 후 20년간 십수 차례 공연하며 계속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도 당연하다. 출간되자마자 전 유럽에 사랑의 열병을 불러일으키고 주인공을 따라한 수많은 자살자까지 만들어냈던,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원작이다.

뮤지컬은 큰 틀에서 소설을 충실히 따라간다. 발하임을 찾은 지식인 베르테르는 마을 사람들 앞에서 인형극 공연을 하며 싱그럽게 미소 짓는 여인 롯데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롯데도 문학으로써 통하는 베르테르에게 호감을 느끼며 관계가 깊어져 간다. 그러던 어느 날 발하임을 떠났던 롯데의 약혼자 알베르트가 돌아오며 세 사람 사이 비극이 잉태된다.

극은 원작보다도 더 베르테르의 내면 묘사에 치중한다. 상대적으로 롯데의 비중은 줄어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그녀의 심리를 이해하는 데 다소 어려울 수 있다. 대신 배우들의 열연이 롯데의 존재감을 끌어올린다. 특히 배우 이지혜의 연기가 사랑스럽다. 천성이 밝은 에너지로 가득해 싱그러운 롯데와 꼭 맞고, 목소리도 유난히 또렷하다.

작품의 만듦새에서도 20년 역사의 더께가 느껴진다. 11인 실내악 편성(피아노 1, 현악기 10)의 챔버 오케스트라가 설렘·분노·슬픔 등 감정을 절묘한 선율에 담아낸다. '금단의 꽃' '사랑을 전해요' '하룻밤이 천년' '정원의 입맞춤' '구원과 단죄' 등이 그렇다. 정원·응접실·술집 등으로 다채롭게 탈바꿈하는 무대도 예쁘다. 말미에서 베르테르의 자살을 해바라기의 쓰러짐으로 표현하는 대목은 절제미가 관객 마음에 깊게 가 닿는다. 이번엔 무려 5명의 배우가 베르테르를 맡는다. 기존에 연기했던 엄기준, 규현 등을 비롯해 카이, 유연석, 나현우 등이 추가로 합류했다. 베르테르의 여러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혹독한 연습이 각자 더 필요하다. 롯데 역은 김예원이 나눠 맡는다.

11월 1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상연한다. 여주인공 이름에서 명칭이 유래된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하지 않는 건 아쉽다.

별점 ★★★★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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