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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대통령의 침묵…文, 국군의날 기념사에 `북한`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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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국민 北총격 사망 ◆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경기도 이천시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열린 제72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 연설에서 북한의 우리 공무원 사살 및 시신 훼손 사건과 관련해 일단 침묵했다. 문 대통령은 15분가량 이어진 기념사에서 '북한'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대신 '평화'를 6번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정부와 군은 경계태세와 대비태세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우리 자신의 힘으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안보태세를 갖춰야 평화를 만들고, 지키고,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한에서 총격 살해된 사건을 언급한 것으로 보이지만, 문 대통령은 이마저도 북한의 이번 만행을 특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 국민이 북측에 의해 무참히 사살된 상황에서 국군의 날 기념사를 통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야 하는 것 아니었느냐는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측은 이번 사건이 발생하면서 기존 연설문을 일부 수정했지만, 전면 재작성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군의 날 기념사는 우리 군을 향한 격려와 미래 비전을 밝히는 게 주요 내용"이라며 "애초 북한에 메시지를 보내는 연설 성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문 상당 부분을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할애했다. 문 대통령은 "미래 국군은 전통적인 안보 위협은 물론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테러와 재해 재난 같은 비군사적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등장할 새로운 개념과 형태의 전쟁에도 대비해 디지털 강군, 스마트 국방의 구현을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고체 우주발사체를 활용한 정찰위성 발사 계획, 3만t급 경항공모함 사업, 국산 전투기 보라매 사업 등을 거론한 데 이어 "정부는 국방개혁 2.0과 국방중기계획을 반영한 2021년도 국방예산을 국회에 제출했다. 올해 대비 5.5% 증액한 52조9000억원 수준"이라고 했다. 이날 국군의 날 기념 행사는 사상 처음으로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개최됐다. 행사는 군 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이 국산 전투차량을 타고 행사장에 입장하면서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의전 차량이 아닌 국내 개발 전술차량에 탑승했다.

이날 행사에선 특수전 요원 24명이 고공낙하 시범을 선보였다. 이후 공중전력 사열에는 F-35A와 F-15K, KF-16 등 10기종 전투기 43대가 편대비행을 펼쳤고, 아파치 헬기 6대는 전술비행을 선보였다. 국방부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식전·식후 행사를 생략하고 100명 미만을 초청하는 등 기념식 참석 인원을 예년과 비교해 대폭 축소했다. 애초 국군의 날 기념일은 10월 1일이지만 올해에는 추석 연휴로 기념 행사를 앞당겼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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