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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지평선] 2020년판 '미워도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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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제20대국회의원 선거일이었던 2016년 4월 13일 서울 용산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제97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 참석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 당 대표가 다른 곳을 쳐다 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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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장외 신경전이 예사롭지 않다. 범보수 외연확장이 화두로 등장했지만 교집합을 찾기보다는 갈등의 골을 키우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24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이 양반이 대체 정치를 아느냐”면서 안 대표를 깎아내렸다. 안 대표가 김종인표 혁신을 겨냥해 “100일 넘게 고생했지만 실제 민심이 변하는 지표는 보이지 않는다”고 쓴소리한 지 얼마 안 돼서다.

□두 사람의 갈등은 최근 '공정경제 3법' 견해 차이로 더 깊어졌다. 안 대표는 “불공정경제 해결의 핵심은 기업들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진정한 자유시장경제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가뜩이나 내부 설득 작업이 쉽지 않은 김 위원장 입장에선 안 대표가 재를 뿌렸다고 받아들였을 법하다. 그는 곧바로 안 대표를 겨냥해 “자유시장경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응수했다.

□2012년 안풍(安風)이 불 때 김 위원장은 잠시 ‘안철수의 멘토’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 둘이 대척점에 선 것은 2016년 1월 김 위원장이 분당으로 위기에 몰린 민주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했을 때다. 김 위원장은 당시 민주당을 뛰쳐나가 국민의당을 창당한 안 대표를 겨냥해 “잘 납득이 가지 않는 사람이다” “정치를 잘못 배워서 그렇다” 등 독설을 내뿜었다. 하지만 2017년 대선을 1주일 앞두고는 안 대표 지지를 선언했다가 함께 내리막길을 걸었다. 반복되는 관계의 부침은 한마디로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안 대표에 대한 김 위원장의 부정적 평가는 이런 부침을 겪으면서 굳어져 쉽게 바뀌지 않을 거라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안 대표도 현재로선 먼저 아쉬운 얘기를 꺼낼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이 신장개업하며 간판까지 바꿨지만 아직은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당장 서로 등을 돌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제1야당이지만 인물난이 심각하고, 안 대표도 인지도는 높지만 3석 소수정당 대표라는 한계가 분명하다. 지금의 신경전은 결국 내년 4월 재보선이나 내후년 대선을 염두에 둔 샅바싸움 성격도 있어 보인다.

김영화 논설위원 yaa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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