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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지켜만봤던 군 “첩보 입수방법·경로 들통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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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변 전 5~6시간 소극대응 논란

한겨레

25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서 해경선으로 보이는 선박 관계자들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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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에 의한 월경 어업지도원 총격 사망 당시 우리 군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어업지도원 ㄱ씨가 북한 해역에 들어가 북한 쪽과 접촉한 시점부터 사망할 때까지 5~6시간 사이 우리 군이 적극 나섰더라면 참변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군이 소연평도 인근에서 어업지도를 하다 사라진 ㄱ씨의 행방을 처음 포착한 것은 22일 오후 3시30분께다. 오후 4시40분께는 ㄱ씨가 표류 경위를 확인하려는 북쪽에 월북 의사를 전달한 정황도 포착했다. 그러나 군은 그때부터 밤 9시40분께 북한군의 총격을 받아 사망할 때까지 5시간 동안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야당에선 이를 두고 군이 ㄱ씨가 북한군에 억류된 사실을 확인한 즉시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섰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수단을 가리지 않고 북한에 연락해 협조 요청을 하는 성의를 보였더라면 ㄱ씨의 생명을 구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군당국자는 이에 대해 “지난 6월 북한이 남북간 통신선을 모두 끊어 북쪽에 연락할 방법이 없었지만, 방법이 있더라도 곧바로 북한에 연락할 경우 우리 군의 첩보 입수 방법과 경로가 들통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첩보 수집 채널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는 얘기다.

군사적 수단을 쓰지 않은 것에 대해선 “북한 해역에서 발생한 사건이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었다”고 토로했다. 북한과의 전면전을 감수하지 않는 한 군사력 사용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북한이 월경자를 총으로 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점도 군이 움직이지 않은 이유로 보인다. 군당국자는 “북한이 ㄱ씨를 과거처럼 월북자를 육지로 데려가 조사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군당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북한군이 비무장 민간인을 총으로 쏘고 시신을 훼손하는 반인도적 행동을 저지르는 동안 군이 보고만 있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앞서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10일 미국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 토론회에서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북-중 국경에 1~2㎞의 완충지역을 추가로 설정하고 불법 월경자들을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ㄱ씨 역시 불법 월경자로 간주될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한 당국자는 “남북간 통신선이 막혀 있다면 처음부터 국제상선공통망 등을 통해 북한 함정이 호출에 응하지 않더라도 일방적으로 우리의 입장을 전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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