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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국방부 “월북” 잠정 결론에도…수천만원 부채 등 ‘동기’ 석연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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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21일 소연평도 인근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의 사격으로 사망한 남측 공무원 A씨(47)의 행보에 대해 국방부는 자진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잠정 결론내렸지만,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다. 수천만원의 부채가 있다는 것 외엔 특별한 동기를 찾을 수 없고 이동 방법 등도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25일 북한이 내놓은 설명에서도 월북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앞서 군당국은 A씨가 월북을 시도했다는 근거로 크게 네 가지를 들었다. 신고 있던 신발(슬리퍼)을 선박에 가지런히 남겨뒀고, 평소 배 위에서 착용하지 않는 구명조끼를 입었으며, 소형 부유물에 의지해 북측으로 접근했다는 점 등이다. 북한군과 최초 접촉했을 때 A씨가 월북 의사를 밝혔다는 국방부의 첩보도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항해사여서 인근 해역의 조류를 잘 알고 평소 채무에 대한 고통을 호소한 것도 정황 증거로 제시됐다.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은 “북한군에게 발견돼 사망할 때까지 일어난 일을 종합한 결과 군당국은 자진 월북으로 판단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의 월북 의사를 기획된 월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치밀하게 기획된 월북이라는 증거가 없다”며 “국방부의 주장은 과도한 추측”이라고 말했다. 조류를 잘 아는 A씨가 최단경로를 벗어나 이동한 것이나 부유물에만 의지해 바다를 건너려 한 것 등 의문이 많다는 것이다. A씨가 가족 등에게 남긴 편지 등이 없는 점도 의구심을 키우는 대목이다.

반면 A씨의 의지에 따라 월북은 가능했다는 반론도 나온다. A씨의 마지막 동선이 확인된 시점은 21일 오전 1시46분이다. 이날 오전 1시39분부터 오전 7시36분까지 조류가 북한 등 육지로 흐르는 만조가 이어졌다. 부유물에 탄 채 뒤에서 밀어주는 파도의 힘을 이용하면, 조류를 잘 아는 A씨가 38㎞를 이동하는 건 가능하다.

북한은 이날 보낸 통지문에서 “강령반도 앞 연안에 침입한 A씨에게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 우리 측 군인들의 단속 명령에 함구하고 불응했다”고 밝혔다. 통지문만 보면 A씨가 월북 의사를 표시한 내용은 없다. 다만 오랜 시간 바다 위에서 표류한 A씨가 탈진해 북한군과 정상적으로 소통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거나 북한이 주장한 조사 결과 자체가 거짓일 가능성도 남아 있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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