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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한국계 루시 고 판사, 트럼프가 원하는 센서스 '조기종료' 좌절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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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AP/뉴시스] 올 4월 미국 거주자에게 우편으로 발송된 2020 센서스 레터 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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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미국 연방법원의 유명한 한국계 여성 판사가 트럼프 행정부의 인구조사(센서스) 조기마감 시도를 좌절시켰다.

24일 저녁 연방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의 루시 고 판사는 올 센서스를 9월30일까지 종료하겠다는 연방 상무부의 방침이 잘못된 것이라며 10월 한 달 간 더 실시해 보다 정확한 인구 상황을 파악하라고 명령했다.

고 판사의 종료 중지 판결에 원고측인 민권 단체와 많은 미국 주정부 및 시당국이 환호했다.

한국명이 고혜련인 루시 고 판사는 미국에서 태어난 이민 2세다. 친 민주당 성향으로 42세 때인 2010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산호세이 소재 연방 지법판사에 지명 인준되었으며 2012년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권 분쟁을 맡아 한국에도 알려졌다.

고 판사는 거기에 그치고 않고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2016년 초 시애틀 소재 연방 제9항소심 판사로 지명되었다. 2016년은 오바마 마지막 해로 대선이 있는 해인데 2월 강경 보수의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원판사가 급서하면서 오바마는 진보파가 열세인 대법원의 성향 지형을 뒤집을 호기를 맞았으나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철통 반대로 실패했다. 이 와중에 고 판사의 항소심 판사 인준도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루시 고는 그 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 측이 제시한 장래 연방 대법원판사 명단에 들어갔다. 트럼프가 승리하면서 다음해 고 판사가 지명됐던 시애틀 항소심 판사 자리는 다른 법조인에게 돌아갔다.

속단이겠지만 루시 고 판사가 트럼프 정부나 정책 방침에 호감을 갖는 것이 어려울 수 있어 보인다.

미국의 센서스는 10년마다 어김없이, 꼼꼼히 나라안 사람머리 수를 헤아리는 근대국가 인구조사의 모범으로 독립 직후인 1790년부터 실행해왔다. 남북전쟁이 터지기 직전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된 해 실시된 1860년 센서스를 통해 우리는 당시 미국 흑인이 392만여 명이었다는 것을 한 자리 수까지 알 수 있게 된다.

2020 미국 센서스는 말도 많았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정치적 욕심 때문이었다. 지난해 초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트럼프의 명을 받아 이번 센서스 조사용지 체크란에는 시민권 여부 항목를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전통적 센서스 취지는 시민권자에 한하지 않고 미국 땅에 조사 당시 머물고 있는 모든 거주자들을 신분 상관하지 않고 몽땅 헤아리는 것이었다.

근대 이전 국가의 센서스는 세금을 거두기 위한 것이었지만 미국의 현대 센서스는 인구 비율로 할당되는 연방 하원의원 수 결정과 연방 예산의 지방정부 교부 할당액 때문에 정치적으로 아주 중요해졌다.

뉴시스

[AP/뉴시스] 8월11일 플로리다주에서 센서스 조사원이 아직 센서스 레터를 회송하지 않는 집을 찾아 노크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직접 면담과 함께 온라인 조사도 병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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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공화당은 영주권자와 일시 및 불법 체류자들을 제외시키는 센서스를 시도한 것인데 이 비시민권자들은 거의 대부부분 민주당이 장악한 주에 거주하고 친 민주당 성향이어서 이들을 빼면 공화당 및 트럼프의 재선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민주당 주정부들의 집단 제소로 시작된 위헌 논란은 지난해 말 트럼프가 임명한 보수 판사 2명이 새로 들어간 연방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실제 센서스가 실시되는 2020년을 맞아 상무부는 예전대로 십만 명이 넘는 조사요원들을 일시 고용해 일을 시작했으나 코로나 19가 터지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두 달 조사를 중단하고 재개 후 온라인과 직접 면담을 병행하던 상무부에 트럼프 대통령이 7월 또 인구조사에서 '불법 체류자를 빼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지시도 8월 연방 항소심에서 중지 가처분을 당했다. 그러자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12월31일까지 대통령에게 센서스 총결과를 보고해야 된다는 법조항을 들어 9월30일 실제 조사를 마감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이고 이에 예산 교부액이 걸린 많은 지방정부들이 들고 일어나 제소한 것이다.

상무부가 백악관에 12월 말까지 센서스 자료를 최종 보고하는 이유는 주별 하원의원 수 할당 때문이다. 12월 말이면 트럼프가 바이든에게 패했더라도 백악관에 남아있을 때다.

24일 루시 고 판사는 센서스 실제 조사를 10월31일까지 계속할 것과 백악관 보고 시한 12월31일을 내년 4월로 연장변경하는 명령을 동시에 내렸다. 4월이면 바이든이 백악관에 있을 수도 있다.

판결에서 반 트럼프 기운이 강하게 느껴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k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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