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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김지연의 미술소환] 인간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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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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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 케이지,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2018, 게임, ⓒ퀀틱 드림, 소니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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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칼 만프레드의 권유로 ‘비서형’ 안드로이드 마커스는 팔레트를 들었다. 무엇을 그릴지 결정하지 못하는 그에게 칼은 아무거나 마음대로 그려보라고 했다. 그는 본 것을 그대로 캔버스에 옮겼다.

“예술은 세상을 복제하는 것이 아닌, 해석하고 나아지게 하는 걸세. 자네가 보는 무언가를 드러내주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제 프로그램에 없는 사항입니다.” 칼은 마커스에게 눈을 감고,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 한 번도 보지 못한 무언가를 상상해 보라고 주문했다. 그 무언가에 대한 느낌에 집중하고, 캔버스 위에서 손이 마음대로 움직이게 내버려 두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게임 개발 스튜디오 퀀틱 드림 설립자로서, 음악가이자 작가, 게임디자이너로 활동하는 다비드 케이지는 수년간 대본을 쓰고, 3D 엔진을 개발하여 인터랙티브 드라마이자 액션 어드벤처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을 완성했다. 게임의 세계관과 연동한 다양한 선택지로 조합 가능한 경우의 수 안에서 유저는 하나씩 선택해 나가고, 선택들이 인과관계를 형성하면서 게임이 플레이된다. 서로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드라마를 완성한다.

예술의 작동방식을 엿본 마커스는 “자신이 누구인지 스스로 결정하라”는 칼의 조언을 새겨 안드로이드 해방운동에 투신하는 선택의 장으로 진입한다. 유저들은 안드로이드에게 빙의한 채 선택과 결정이라는 상징적인 과정을 거치면서 인간의 조건을 향한 질문에 도달한다. 작품 안에 무겁게 흐르는 안드로이드 차별 문제는 인류가 경험하고 있는 인종 간, 계층 간 차별과 맥락을 같이하며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만들지만, 작업의 개발사 퀀틱 드림이 사내 인권, 인종차별, 성차별 문제로 논란에 휩싸였다는 사실은 인간사의 본질을 각성시킨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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