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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아무튼, 주말] LP로 재발매된 명반···실연의 상처 어루만지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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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s Pick]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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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이소라 ‘눈썹달’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스산한 가을 바람이 불어오면 저절로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첫 구절이 떠오른다. 2004년 발표 후 16년이 지났지만, 이 목소리를 대체할 가수가 누가 있을까.

이소라 앨범 중 명반으로 꼽히는 정규 6집 ‘눈썹달’이 지난 23일 LP로 재발매됐다. 그동안 중고시장에서 10만원을 호가하던 앨범. 지난 21일 예약 판매한 한정판 3000장은 오픈 1분 만에 매진됐다.

가장 유명한 곡은 ‘바람이 분다’. 이승환 작곡, 이소라 작사다. 실연당한 여인의 절절함이 느껴지는 곡이다. 타이틀곡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도 ‘눈썹달’ 앨범하면 누구나 이 노래를 떠올린다.

특히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의 절정 부분 가사는 그 어느 사랑시보다 더 가슴을 울리는 대목. 누군가는 “태고의 순수한 마음에 켜켜이 덮인 상처로 만들어 낸 노래”라고 했다.

이 앨범의 타이틀곡이던 ‘이제 그만’은 조금 더 담담하게 부르는 노래다.

“이제 그만/ 돌아오라고 안 해요/…/ 좋아했다면 우리 사랑했다면/ 다시는 마주치지 말길 바래요.”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가을밤 방 안에서 좋아하는 사람의 전화를 기다리다 지쳐 친구에게 전화해 하소연한다. 예전 ‘이소라의 프로포즈’에 출연한 밴드 ‘디어클라우드’의 나인과 이소라가 함께 부른 버전이 지금도 유튜브에서 화제다.

“잠깐 일어나 봐/ 깨워서 미안해/ 나는 모르겠어/ 윤오의 진짜 마음을/…/ 저울이 기울어(조금만 기다려)/ 나만 사랑하는 거 같잖아/ 또 전화도 없고 또 날 울려”

수록곡 ‘쓸쓸’은 앨범 속 숨은 명곡이다. “불을 끄고 눈을 감으면/ 어둠보다 더한 어둠이 나를 감아/ 처량하게 돌아누우면/ 슬픔보다 더한 슬픔이”

앨범 12곡을 다 듣고 나면 실연의 상처와 마음속 우울이 살을 찢고 고름을 터트려 스스로 치유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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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 오만과 편견

이 기발하고 로맨틱한 무대는 관객을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하는 마법의 주문 같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남·녀 배우 두 명의 2인극으로 재구성했다. 여배우는 당돌한 둘째딸 ‘리지’, 주책맞은 엄마 ‘베넷 부인’, 철없는 막내딸 ‘리디아’, 매너남 ‘미스터 빙리’ 등 9명을 맡는다. 남자 배우는 쌀쌀맞은 부자 청년 ‘다아시’, 순정파 첫째딸 ‘제인’, 현명한 아빠 ‘미스터 베넷’, 속물 성직자 ‘콜린스’, 협잡꾼 군인 ‘위컴’, 매몰찬 ‘캐서린 남작 부인’ 등 11명을 연기한다. 손수건, 부채, 안경 같은 소품과 표정·몸짓의 변화만으로 눈 깜빡할 새 수많은 캐릭터를 오가는 연기에 입이 떡 벌어진다. 재치 넘치는 장면 전환과 대사에 폭소가 이어진다. 11월 29일까지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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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 ‘스페이스K’ 개관 기념전

서울 서남권 최초의 공공미술관 ‘스페이스K’가 문을 열었다. 코오롱그룹이 사회공헌 일환으로 추진해 마곡산업단지에 들어선 연면적 2044㎡ 규모의 건물로, 2014년 베네치아비엔날레 건축전 황금사자상을 받은 건축가 조민석이 설계했다. 독특한 외관뿐 아니라, 다채로운 내부 공간 구성 덕에 전시 연출의 폭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개관기념전이 내년 1월 29일까지 열린다. 글렌 브라운·서도호·안드레 부처·장샤오강 등 국내외 쟁쟁한 작가들의 작품 30여 점을 소개한다. ‘초상(肖像)’을 주제로 한 기획전으로 현대인의 민낯을 돌아보게 한다. 야외 공원에는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한경우의 공공미술 작품이 설치됐다. 무료. 일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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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 백건우 ‘슈만’

젊은 시절 백건우에게 슈만이란 작곡가는 이해하기 힘든 사람. 옅고 희미한 농도에 지나지 않았다. 일흔넷, 만년에 이르러 그가 만난 슈만은 참 복잡한 인생. 10대 중반에 부친을 여의었고, 모친은 아들이 음악 길을 걷는 걸 반대했다. 베토벤처럼 빼어난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던 열망도 오른손 중지에 생긴 경련 탓에 작곡으로 선회해야 했다.

구도자(求道者) 백건우의 새 앨범 ‘슈만’은 음악적 영감으로 가득했던 젊은 날의 슈만과 차츰 광기에 물들어간 죽음 직전의 슈만을 모두 담은 두 장의 CD. 내성적이나 꿈 많은 ‘오이제비우스’와 열정적인 동시에 공격적인 ‘플로레스탄’ 등 슈만의 달랐던 두 개의 자아도 상징한다. 미로처럼 꾸깃꾸깃 꼬인 슈만의 광기를 두 가지 색채로 음미할 수 있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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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디바

23일 개봉한 영화 ‘디바’는 국가대표 다이빙팀 내부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사건을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 두 주연(신민아·이유영)뿐 아니라 감독(조슬예), 촬영 감독(김선령), 제작(김윤미 영화사 올 대표)까지 여성 영화인들이 도맡아서 화제를 모았다. 다이빙과 강변 자동차 추락 사고를 통해 삶과 죽음이라는 물의 이중적 의미를 중첩시킨 발상이 인상적이다. 초반부 대사량을 줄여서 긴장감의 밀도를 높이는 방식이라든지, 과거와 현재를 끊임없이 교차시키는 편집 방식도 미스터리 스릴러와 잘 어울린다. 다만 장르물의 교과서적 공식에 지나치게 충실하려다 보니 결과적으로 파격이나 반전의 재미가 줄어든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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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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