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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K-방역 의료진은 훌륭하지만…피해자 돌봄 역량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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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동훈 라이프라인코리아 대표 "봉사단체 중심 민간 구호 매뉴얼 수립해야"
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8월 27일 서울 마포구 함께일하는재단 회의실에서 김동훈 라이프라인코리아 대표가 감염병 재난 사태에 필요한 민간 차원의 구호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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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같은 재난 현장에 가보면 직접 목숨을 구하는 구급ㆍ구명 현장과 대피소를 설치하고 생필품을 지급하는 구호 현장으로 나뉘죠. 감염병도 재난입니다. 이번 'K-방역'은 구급과 구명은 훌륭하지만, 구호하는 돌봄의 영역은 제대로 된 매뉴얼이 없습니다."

김동훈 라이프라인코리아 대표는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 재난 현장에서 국제구호사업을 펼쳐온 전문가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부터 2004년 스리랑카 쓰나미(지진해일), 2013년 필리핀 태풍, 2015년 네팔 대지진 등을 거쳤다. 현역으로 뛰는 구호 활동을 마무리한 뒤 한국형 방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꿈을 품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가 맞닥뜨린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난이었다.

그는 재난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서울시자원봉사센터 등에 필요한 민간 차원의 감염병 구호활동 자문을 맡게 되면서 K-방역 현주소를 들여다보게 됐다.

격리자를 위한 도시락 배달, 선별진료소 설치 등 현장 구호 활동은 지방자치단체와 봉사단체의 연계로 진행돼야 하는데, 코로나19 초기 제대로 된 지침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그는 떠올렸다. 김 대표는 "심각 단계로 갔다면 '방역 당국이 커버하기 어려운 취약 지점 발굴 및 감염 예방에 구호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 등 수칙을 정하는 매뉴얼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되 사람 간 거리가 멀어지면 생계가 힘들어지는 계층을 포용하는 재난 대책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 대표는 "다문화 가정을 위해 정부 수칙을 영어로 설명한 영상을 만들거나 화훼농가, 급식업체 등 위기에 빠진 곳들의 물건을 모아 '힐링키트'로 제작ㆍ배포하는 등 가장 안전한 방식의 대면을 공부하면서 자원봉사로 할 수 있는 구호 활동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8월 27일 서울 마포구 함께일하는재단 회의실에서 김동훈 라이프라인코리아가 실제 재난 대피소와 똑같이 꾸민 장소에서 재난 대응 방법을 배우는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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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진행 중인 감염병 대응 자원봉사 매뉴얼 작업이 마무리되면, 그는 다시 원래 계획대로 한국형 방재 시스템 구축에 주력할 계획이다. 방재 교육이라면 소화기 사용법이나 심폐소생술 정도밖에 받지 못하는 우리 국민에게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그는 "사무실에서 훈련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휴대폰을 만지며 천천히 걸어 내려오는 모습만 봐도 우리 방재 교육이 얼마나 실제 상황과 동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2, 3년 전부터 유행처럼 번진 '생존 배낭'을 꾸리는 방식도 한참 잘못 퍼져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본은 영토가 넓어 3일 버틸 물건을 챙기는 게 원칙이지만, 우리는 짧은 시간 안에 구호팀을 만나거나 주변에서 물, 식량 등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음식을 못 먹거나 아이가 재난 트라우마를 겪지 않도록 틀니, 장난감을 배낭에 넣는 게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회적기업 지원 기관인 '함께일하는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는 그는 맞춤형 방재 교육 및 훈련 콘텐츠를 여성, 장애인 등 계층별로 마련해 100만명까지 교육하는 게 꿈이다. 김 대표는 "방재 교육이 돼 있는 사람이 집단에서 1명이라도 있으면, 근처에 의지할 만한 자원봉사센터가 1곳이라도 있으면 심리적 방역이 돼 재난도 잘 버텨낼 수 있다"며 "100만명의 재난 대응 리더를 배출해 한국의 재난 대응 능력을 키우고 싶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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