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거부자들에 추가응시 허용해 별도로 시험치른 전례는 없어
2000년 의약분쟁땐 일정 통째 연기…84·95년에는 불합격률 높자 추가시험
의대 정원 확대 (PG) |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이율립 인턴기자 =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에 반대하며 의사 국가고시(국시) 실기시험을 거부했던 의과대학 학생들이 지난 24일 돌연 응시 의사를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들은 성명서에서 의료계 파업으로 어려움을 겪은 이들에 대한 사과를 언급하지 않아 싸늘한 여론을 더 부채질했다. '국시 접수 취소 의대생들에 대한 재접수 등 추후 구제를 반대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25일 현재 57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일단 정부가 추가 시험 기회를 부여하는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가운데, 국립·사립대병원과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이날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당장 내년에 2천700여명의 의사가 배출되지 못할 상황"이라며 의료공백을 막는 차원에서 구제를 호소했다.
그렇다면 이번처럼 단체로 시험을 거부한 의대생들에게 국시 추가 응시 기회를 부여한 전례가 있을까?
연합뉴스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대상 취재와 과거 기사 자료를 통해 제1회 의사 국시가 시작된 1952년부터 최근까지 유사사례가 있는지를 확인했다.
◇시험 집단거부후 '추가 응시' 허용 전례 없어…의약분쟁 때는 시험 전 사태 진정돼 일정 통째 연기
69년의 의사 국시 역사상 집단으로 시험을 거부한 의대생들에게 추가 응시를 허용한 전례는 없다.
다만, 2000년 의약분업 분쟁 때 제65회 의사 국시 자체가 통째로 한 달 미뤄진 적은 있다.
당시 전국 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학생 3천여명 대부분은 의료계 파업을 지지하며 국가고시 접수를 거부했다.
다행히 2001년 1월로 예정돼 있던 시험이 시작되기 전인 2000년 12월 의료계, 약사회, 정부의 합의로 사태가 진정됐고, 정부는 시험 일정을 한 달 미루고 추가 신청을 받아 국시를 정상적으로 진행했다.
2000년 상황과 이번 상황은 일견 비슷하면서도 또 다르다.
이번에 정부가 의대생들의 집단 응시 거부 움직임에 대응해 이달 1일부터 시작 예정이던 의사 국시를 한차례 연기한 점은 2000년 상황과 거의 판박이다.
그러나 차이점은 연기를 거쳐 지난 8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시험도 많은 의대생들의 보이콧으로 파행하는 가운데, 추가 응시 요구가 제기된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에 응시거부자에게 추가로 시험 볼 기회를 줄 경우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시험은 그대로 치르면서 응시거부자 구제 차원의 시험을 별도 진행하는 '투트랙' 의사국시의 첫 사례가 될 수 있다.
국시원 출입하는 관계자들 |
◇ 1984·95년에는 과락도입·출제방식 변경 속 탈락자 대거 나오자 추가 시험
의사 국시가 정상적으로 치러진 뒤 합격자 부족에 따른 의사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결정에 따라 시험이 추가로 진행된 적은 1984년과 1995년 두 차례 있었다.
정부는 1984년 1월 의사 국시에서 과락 제도를 처음 도입한 뒤 불합격자가 예년의 3배에 이르며 합격률이 78%에 그치자 그해 7월 시험을 한 차례 더 실시했다. 의사 국시 합격률은 통상 90% 이상이다.
당시 정부는 애초에 불합격자 구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가 공중보건의 수급 문제를 고려해 시험을 추가로 실시했다.
1995년에는 시험 출제 경향이 대폭 변경되면서 합격률이 예년보다 30% 포인트 이상 하락하자 시험을 한 차례 더 시행했다.
당시 정부는 기존 암기 위주에서 임상 진료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방식으로 시험의 틀을 바꿨는데 해당 국시에서 응시자 2천984명 중 1천909명만이 통과해 합격률이 64.3%에 불과했다.
탈락한 전국 의대생들은 동맹휴업, 집회 등을 벌이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고, 정부는 그해 7월 추가로 시험을 실시했다. 1차로 시험을 치렀으나 탈락한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한 시험이었다는 점에서 보이콧 이후 추가시험 요구가 나오는 이번 상황과는 결이 달랐다.
이후 의대생들은 1996년에도 의사 국시에서 전체 응시생 3천여명 중 약 30%인 900여명이 탈락하자 추가 시험을 실시할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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