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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노동:판]문 닫은 한국GM 공장에 직접고용 지시?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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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의무는 사업주에게 주어져…사업장 폐쇄 여부는 무관

"군산공장 불법파견 노동자, 다른 지역 공장 통해 고용해야"

한국GM, '경영난에 정규직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 주장

비정규직 "정부 지시, 대법 판결에도 직접고용 거부돼…불법파견 엄벌 처해야"

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우리는 일합니다. 공장에서, 사무실에서, 거리에서, 가정에서 오늘도 일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쉼없이 조금씩 세상을 바꾸는 모든 노동자에게, 일터를 찾은 나와 당신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판깔아봅니다. [편집자 주]

노컷뉴스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와 금속노조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 노조원들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한국지엠 불법파견 중단과 직접고용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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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한국지엠(GM)에게 불법파견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도록 한 시정지시를 놓고 논란이 불거졌다.

일부 보수언론은 '2년 전 경영 악화로 폐쇄한 공장의 직원을 고용하라는 지시는 부당하다'며 비판한 반면, 정작 해당 노동자들은 '정부의 조치는 유명무실할 뿐'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5일 한국GM의 부평공장과 군산공장의 불법파견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 지시를 내렸다.

지난 7월 검찰이 한국GM 카허 카젬 사장 등 28명에 대해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한국GM 부평공장, 군산공장, 창원공장에서 불법파견으로 노동자들에게 일을 시킨 혐의로 기소한 데 따른 조치다.

이번 시정지시를 통해 직접 고용 대상으로 지목된 협력(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는 부평공장 797명, 군산공장 148명 등 945명이다.

문제는 군산공장이 이미 한국GM이 경영난을 이유로 2018년 5월 폐쇄했기 때문에 정작 직접고용되야 하는 148명의 노동자가 일할 곳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한국GM이 다음 달 말까지 시정지시를 이행하지 않으면 노동자 1인당 1천만원씩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공장은 문을 닫고 기존 노동자도 희망퇴직했는데, 협력업체 직원을 고용하라고 압박하느냐'며 맹비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노동부는 왜 이런 '황당' 지시를 내렸을까? 그 이유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규정된 고용의무는 사업장이 아니라 사용사업주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사업장 폐쇄 여부에 관계없이 한국GM에 고용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CBS 노컷뉴스 기자가 서울 양천구 사옥을 대상으로 근로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라 CBS 법인에 소속돼 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장의 폐쇄 여부는 고용 의무와는 무관하다.

또 노동부 담당자는 "별도로 처벌하는 처분을 내린 것이 아니라 고용의무를 안내하는 행정지도를 한 것"이라며 "고용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 전에 스스로 시정하도록 기간을 줬다고 이해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돌아갈 공장이 없는 군산공장 노동자들은 어디에서 일해야 할까?

노동부 담당자는 "일단 한국GM 측은 해당 노동자와 합의할 경우 남아있는 부평, 창원 공장을 통해 이들을 고용할 수 있다"며 "다만 해당 노동자가 생활 근거지인 군산을 떠나기 싫다는 이유 등으로 이를 거부한다면 노사 간의 합의를 통해 고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애초 한국GM 측은 이들을 어떤 형태로든 직접고용할 수 의사가 없어 보인다. 지난 6년 동안 3조원대 적자를 기록하던 차에 직접고용 부담을 떠안을 수 없다는 논리다.

한국GM 홍보관계자는 "각 하도급 업체 근로자들이 제기한 비슷한 소송을 합하면 수십여건에 달할 것"이라며 "진행 중인 소송 결과도 아직 알 수 없고, 자칫 판결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입장은 밝히기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수년째 적자가 지속된 가운데 솔직히 비정규직을 수용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췄다.

실제로 한국GM은 이미 2018년 5월 창원공장에서 불법파견으로 일을 시켰던 비정규직 노동자 774명을 고용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이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국GM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히려 정부의 조치가 너무 소극적이라는 불만을 품고 있다.

2005년에도 노동부가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843명 전원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지만, 사측이 하청업체의 집단 폐업으로 대응한 바람에 비정규직 100여명이 집단해고됐다.

대법원에서도 2013년 2월과 2016년 6월 한국GM이 불법파견을 벌였다는 판결을 일관되게 내려왔지만, 사측은 위의 창원공장 사례처럼 직접고용을 거부해왔다.

한국GM 임권수 부평비정규직지회장은 "그동안 사측이 불법파견이라는 범죄행위를 통해 그동안 이득을 거뒀다고 봐야 한다"며 "그럼에도 오히려 부평2공장 폐쇄 계획까지 거론되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부담을 핑계로 대량 해고를 추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사례에서 드러난 것처럼 행정기관에서 할 수 있는 법적인 조치는 불법파견에 대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한계가 드러났다"며 "애초 사법부가 불법파견으로 범죄수익을 거둔 기업과 그 경영진에 대해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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