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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코로나로 도시가 조용해지자 새소리는 부드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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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흰정수리북미참새(white-crowned sparrow)


코로나 팬데믹으로 도시가 봉쇄돼 소음이 줄자 새들의 노랫소리는 부드러워지고 더 멀리 퍼져 보다 매력적으로 들리게 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테네시대 행동생태학자 엘리자베스 데리베리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조치 시기 샌프란시스코 일대에 서식하는 흰정수리북미멧새(white-crowned sparrow)의 울음소리 변화를 분석한 뒤 이같은 결론을 도출해 지난 24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조치 시기인 지난 4~5월 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 수컷 새들의 소리를 녹음해 같은 장소에서 2015년 4~5월 녹음한 소리와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새들의 소리는 봉쇄 이전에 비해 낮은 음역대로 내려가 평균적으로 30% 더 부드럽게 노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 소리도 이전보다 두 배 더 멀리 퍼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는 샌프란시스코 도심 소음이 심하지 않았던 1970년대 녹음된 새들의 음역대와 유사하다. 50년간 교통 소음 등 인간이 유발한 도시 소음이 증가하면서 새들의 소리가 소음에 묻히게 됐다. 그러자 새들은 멀리 퍼지지 않는 낮은 음역대로 노래하는 대신 높은 음역대를 유지했고, 소리의 전체 대역폭은 좁아졌다.

이런 변화는 새들의 생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새들은 고주파 소리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수컷 새들의 ‘퇴화된’ 노랫소리는 암컷을 유혹하는 데 덜 효과적이다. 높은 음역대로 더 크게 지저귀게 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새의 노화를 가속화하고 신진대사를 방해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조선일보

코로나 19로 봉쇄된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부근에서 '찍힌 흰정수리북미멧새./사이언스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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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조치로 소음이 줄면서 새들의 소리가 1970년대 수준을 회복됐다는 것은 새들이 얼마나 빨리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수준이 지속된다면 새들의 안정적이고 효과적 번식과 종(種)의 다양성 증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연구팀은 밝혔다.

하지만 봉쇄 조치가 완화되면서 새들의 소리는 다시 높은 음역대로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 연구진은 도시의 교통과 소음이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봄 새들의 소리를 다시 측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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