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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막히는 추석 `꿀꿀한 기분` 달래는 고속도로 명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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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오브락-163] 어느덧 민족 최고의 명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는 한국 역사상 전례없는 추석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전역을 휩쓴 코로나19 여파로 명절 때 자식 내려오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던 시골 어머니가 "올해는 내려오지 말아라"고 얘기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내심 그래도 '내 아들 내 딸은 와줬으면'하는 바람을 숨길 수는 없는 법. 아마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올해도 명절 고속도로는 지방으로 내려가는 차와 수도권으로 올라오는 차가 뒤섞이며 한바탕 난리법석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생은 ××와 같다'는 수사는 찾아보면 한도 끝도 없이 있다. '인생은 고속도로와 같다'는 얘기도 찾아볼 수 있다. 앞뒤 눈치 볼 것 없이 쌩쌩 달리는 시절이 있는 반면 앞뒤로 꽉꽉 막혀 옴짝달싹 할 수 없는 날도 있다. 때로는 사고를 만나기도 하고 길을 잘못 들어 한참을 헤매기도 한다. 어떻게 비유해도 우리네 인생길과 제법 닮아 있다.

인생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노래로 만들어 부르는 게 특기인 록스타들이 고속도로만큼 좋은 비유를 놓칠 리가 없다. 그래서 오늘은 추석을 맞아 고속도로를 소재로 만들어진 노래 두 곡을 소개한다. 그중 첫번째는 호주의 전설적인 록밴드 AC/DC가 부른 '하이웨이 투 헬(Highway to Hell)'이란 곡이다. 번역하면 '지옥행 고속도로'쯤 되겠다.

매일경제

Living easy, living free(쉽게 살기, 자유롭게 살기)

Season ticket on a one-way ride(편도를 탈 수 있는 정기승차권)

Asking nothing, leave me be(아무것도 묻지 않기, 날 내버려 둬)

Taking everything in my stride(내 가는 길에 모든 걸 가지고)

Don't need reason, don't need rhyme(이유 따위도 라임 따위도 다 필요없어)

Ain't nothing I would rather do(이것 대신 더 나은 할 일도 없고)

Going down, party time(길을 따라 내려가, 파티타임이다)

My friends are gonna be there too(내 친구들도 거기 있을 거야)

I'm on the highway to hell(지옥행 고속도로를 타고 있어)

On the highway to hell(지옥행) 고속도로에

No stop signs, speed limit(정지 표시 없고, 속도 제한도 없지)

Nobody's gonna slow me down(아무도 나를 늦추지 않지)

Like a wheel, gonna spin it(바퀴처럼 그냥 도는 거야)

Nobody's gonna mess me around(아무도 나를 건들지 않을 거야)

Hey Satan, paid my dues(어이 사탄, 난 돈 냈다)

Playing in a rocking band(록밴드에서 연주하면서)

Hey mama, look at me(이봐요 엄마, 나를 봐요)

I'm on my way to the promised land, whoo!(약속된 땅으로 가는 중이야, 후우)

후략


이 노래가 탄생한 배경에는 이와 같은 일화가 있다. 이 노래를 부른 본 스콧의 고향에는 캐닝 하이웨이(Canning Highway)라는 도로가 있었다고 한다. 유명한 펍을 가기 위해 거쳐야 할 곳인데 가파른 내리막길이 있어 언덕 교차로에서 사람들이 신나는 마음에 과속을 하며 사고를 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고속도로를 지옥행 고속도로, 악마의 고속도로라 부르곤 했는데 이 노래는 거기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다.

실제 노래를 부른 보컬리스트인 본 스콧은 이 앨범을 내놓고 음주 후 토사물에 질식돼 유명을 달리하게 된다. 파티를 사랑하고 마약을 애정했던 결과가 죽음으로 이어진 셈이다.

여기서 나오는 '엄마'의 존재는 아들을 '세상이 보는 바람직한 길'로 부단히도 끌고 나오려는 존재로 설정된다. 하지만 작중 화자는 '악마에게 이미 지옥행 열차 대가까지 치렀다'면서 쉽게쉽게 하루를 즐겁고 신나게 보내다 죽을 것이라며 허세를 부린다.

고속도로를 묘사한 두 번째 명곡은 딥퍼플(Deep Purple)의 '하이웨이 스타(Highway Star)’다. 화려한 고음으로 유명한 이언 길런(Ian Gillan)이 보컬을 맡은 '딥퍼플 2기' 시절 나온 노래다. 프로그레시브록 성향이 강했던 1기와 달리 하드록, 헤비메탈의 전형을 보여줬던 그들의 2기는 단연 딥퍼플의 전성기라고 볼 수 있다.

길런은 지금까지도 헤비메탈 보컬의 교과서로 불린다. 앞서 글에도 쓴 바 있지만(지난 기사 바로가기)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나오는 곡 '겟세마네(Gethsemane)' 최고음을 '3옥타브 솔'로 만든 주인공이다.

Nobody gonna take my car I'm gonna race it to the ground

(아무도 내 차를 가져갈 수 없어. 나는 그 차로 경주에서 완주할 거야)

Nobody gonna beat my car it's gonna break the speed of sound

(아무도 내 차를 이길 수 없지. 음속을 돌파할 거니까)

Oh it's a killing machine it's got everything

(오우, 그건 아주 멋진 차야. 모든 걸 다 갖고 있으니)

Like a driving power big fat tries everything

(강한 구동력과 광폭 타이어처럼 모든 걸 다 갖고 있지)

I love it and I need it I bleed it

(그 차를 사랑해, 필요해, 난 그걸 몰아)

yeah it's a wild hurricane allright hold tight

(예 그 차는 난폭한 태풍이지. 좋아. 꽉 잡아)

I'm a highway star

(나는 고속도로 스타야)

Nobody gonna take my girl I'm gonna keep her to the end

(아무도 내 차를 가져갈 수 없어. 나는 그 차를 끝까지 간직할 거니)

Nobody gonna have my girl she stays close on every bend

(아무도 내 차를 가질 수 없어. 그 차는 굽어진 길도 잘 달리지)

Oh she's a killing machine she's got everything

(우~ 그 차는 멋진 차지. 모든 걸 다 갖고 있으니)

Like a moving mouth body control and everything

(그 차는 움직이는 입, 몸놀림 그리고 모든 것을 가졌어)

I love her I need her I seed her

(나는 그 차를 좋아해. 원해. 나는 그 차를 몰아)

Yeah she turns me on allright hold tight

(예 그 차는 나를 고조시켜. 좋아 꽉 잡아)

I'm a highway star

(나는 고속도로 스타야)


이 곡을 들으면 덩치가 산만 한 머슬카로 마초적인 남자가 황량한 고속도로를 풀 액셀로 질주하는 모습이 연상된다. 이 남자는 거칠 것이 없다. 구애받는 것도 없다. 차와 함께라면 모든 것을 가졌다. 공기는 상쾌하고 간간이 내 옆을 지나다니는 차는 '음속을 돌파하는' 내 차에 잽이 되지 않는다. 세상 모든 걸 다 가진 느낌으로 그저 액셀만 밟을 뿐이다.

물론 고향을 달려가는 차 안에서의 소회가 앞에서 소개한 AC/DC의 곡이나 딥퍼플의 곡과 같을 수는 없다. 현실의 나는 딸린 가족을 먹여살리고자 '오늘만 즐기며 사는 삶'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존재다. 딥퍼플이 노래하는 '음속을 돌파하는 차' 따위는 나에게 없다. 현실의 나는 하루하루 팍팍한 삶을 살아내고자 쥐꼬리 같은 월급에도 회사 상사에게 굽신거리며 매달 돌아오는 주택담보대출 상황을 걱정하는 존재다. 그러니 고향으로 달려가는 마음이 새삼 엄청나게 신날 것도 없으며 때로는 장거리를 운전해 붐비는 고속도로에 내 몸을 맡겨야 한다는 자체가 짜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에서 음악이 주는 매력이 있다. 현실의 나는 그렇지 못하지만, 음악을 듣는 시간만큼은 술과 마약으로 흥청거리며 살고, 배기량이 짱짱한 머슬카를 타고 인생을 아우토반처럼 질주하는 내가 되어보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뜻밖의 행운이 실제 올지도 모른다. 고향에 내려가 우연히 들른 로또 명당에서 내가 고른 번호가 1등이 된 것 같은 그런 행운 말이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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