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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술 취해서 닥터헬기를 놀이기구처럼…’철없는 그들’ 중 의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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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안채원 기자] [친절한 판례씨]

머니투데이

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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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환자를 이송할 때 쓰는 닥터헬기를 '놀이기구'로 이용하다 벌금 1000만원을 내게 된 사람들이 있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항공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 최모씨, 임모씨에 대해 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김씨 등은 2016년 8월 천안 단국대학교병원 내 육상헬기장에 몰래 들어가 술을 마시고 이곳에서 대기 중이던 닥터헬기를 파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이 헬기 동체에 올라타고 프로펠러를 잡아당기며 노는 모습이 CCTV 화면으로 공개되면서 비난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이들 중에는 현직 의사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울타리를 넘어 헬기장에 몰래 들어간 부분에 대해서는 공동주거침입, 닥터헬기 착륙대까지 출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항공법 위반, 헬기를 잡아당기고 놀다 파손시킨 부분에 대해서는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1심은 세 가지 혐의 중 응급의료법 위반만 무죄로 보고 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응급의료법 위반을 인정하려면 헬기를 타고논 행위가 응급의료행위를 방해할 만한 위험한 행동이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이에 대해 1심은 닥터헬기 운항시간이 아닌 때 발생한 일이므로 응급의료행위를 방해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씨 등은 만취한 상태에서 생긴 일이라며 심신미약 주장을 내세웠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은 "대체로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각 1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응급의료법 위반도 유죄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김씨 등의 행위가 응급의료행위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었다고 본 것이다.

2심은 "응급의료를 위한 의료용 기물 등이 적절하게 보존·관리되지 않을 경우 정작 응급의료가 필요한 상황이 닥쳤을 때 사용이 불가능하거나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응급의료가 요청되는 구체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응급의료를 위한 의료용 기물 등을 파괴·손상·점거하는 행위는 마땅히 금지·처벌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1심이 유죄로 봤던 공동주거침입 혐의는 무죄로 봤다. 1심은 야외 헬기장은 운항통제실에 부속된 건물이므로 헬기장 침입은 곧 통제실 침입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2심은 헬기장과 운항통제실 사이 거리, 헬기장 구조를 보면 헬기장은 통제실과 별도의 구조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CCTV 화면 등을 봐도 김씨 등이 통제실에 침입하려는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공동주거침입 혐의는 무죄로 보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2심은 김씨 등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형량을 바꾸지는 않았다. 대법원은 이 판결을 그대로 확정지었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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