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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전세 찾아도 없는데 ‘아니다’라는 정부… “한발 늦은 통계 보니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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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등 주택임대차보호3법의 도입 이후 서울에서 전세 물건을 찾기가 어렵다는 아우성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전세는 원활하게 거래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시장 상황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통계가 확정일자 기준으로 작성되보니 시차가 생기는 탓에 생긴 일인데, 이번에도 한 발 늦은 통계로 시장을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조선비즈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매물정보란 곳곳이 비어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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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내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는 전세 매물을 찾기가 극히 어려운 상태가 지속하고 있다.

9510가구에 달하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도 전세 매물은 고작 48건 뿐이다. 같은 구 신천동 ‘파크리오’는 6864가구 규모에 49건, 잠실동 ‘리센츠’는 5563가구에 28건뿐이다. 세 단지 2만1937가구 중 전세 매물은 125건, 비율로 따지면 0.56% 뿐이다.

전세 매물이 이처럼 ‘씨가 마른’ 이유는 저금리 기조에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환경도 작용했지만, 제도적 변수가 크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로 집주인들 입장에서는 전세를 놓으면 내 집이라도 들어가기 힘들어졌다.

전세 물량을 공급하던 다주택자에 대한 전방위 압박도 집주인들이 ‘똘똘한 한채’를 제외하고 처분한 후 실거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재건축 단지의 경우에는 6·17대책에서 실거주 2년 요건을 채워야 분양권을 받게 해 집주인들이 집을 비우더라도 위장전입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정부는 서울 전세 시장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최근 전세 물건이 급감하고 있다’는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의 지적에 "우리가 파악하는 전세 거래량은 언론 보도와는 다르다"며 "서울 전세 거래량이 줄었다 하지만, 예년에 비해선 적지 않은 숫자"라고 했다.

국토부는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의 8월 전세 거래량이 모두 3만2834건이라고 밝혔다. 이는 7월 3만5144건에 비해 6.6% 줄어들었지만, 지난해 8월의 2만9634건보다는 10.8%나 늘어난 수치다. 정부가 ‘적지 않은 숫자’라고 하는 배경이다.

그럼 왜 시장에서는 전세 거래가 안 된다는 아우성이 나오는 것일까. 인삭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정부 통계의 시차 탓이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통계를 보면 지난 24일까지 등록된 8월 전세거래량은 1만5844건이었다. 7월(2만2081건)보다 29% 급감한 수치인 것을 물론, 전년 동월(2만878건)대비로도 24%가까이 줄어들었다.

두 통계가 다른 것은 집계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확정일자를 기준으로 통계를 취합한다. 서울시는 국토부에서 받은 데이터를 계약일을 기준으로 재정렬한다. 결국 같은 데이터지만 반영하는 시점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시차는 부동산 시장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요즘처럼 시장 분위기가 급변하는 시기에는 큰 문제로 이어진다. 정부가 시장 상황을 잘못 파악하면 잘못된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시장의 실시간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는 확정일보다 계약일을 기준으로 보는 것이 나을 것"이라면서 "확정일자 기준 자료로 시장을 파악하려면 앞으로 몇달간 데이터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서울 소재 한 대학의 통계학과 교수는 "통계는 시장을 반영하는 도구에 불과하다"며 "정치적인 이유로 시장을 다르게 보려고 통계를 이용할 수는 있어도 시장의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유병훈 기자(its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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