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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르포] 임시주택 입주 구례 이재민들 "추석은 생각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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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부족하지만 감사"…막바지 공사 분주

뉴스1

전남 구례군 구례공설운동장에 마련된 이재민 주거용 임시 조립식주택에서 청소에 열중하던 백부만씨(76·오른쪽)가 잠시 일손을 멈추고 아내와 함께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2020.9.26/뉴스1 © News1 지정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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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뉴스1) 지정운 기자 = "사나흘 후면 추석인데 명절은 생각하지도 않아요. 앉고 설 공간도 부족하지만 그래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26일 전남 구례군 공설운동장에 마련된 수재민 임시주거 조립식주택에서 부인과 함께 청소에 구슬땀을 흘리던 백부만씨(76)는 명절 준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구례읍 봉서리 까막정마을에 거주하는 백씨는 지난 8월8일 오전 섬진강 범람으로 집이 물에 잠겼다.

백씨는 이날 오전 7시쯤 집 마당에 물이 차오르자 급히 휴대전화만 챙겨 집을 떠났고, 잠시 후 불어난 물은 허리까지 올라왔다.

물이 빠진 후 백씨의 정든 집은 뼈대만 남긴 채 철거됐고, 많은 돈을 들인 복구공사는 앞으로 2~3달 정도는 더 걸릴 예정이다.

이재민 숙소로 제공된 농협연수원에서 아내와 함께 생활을 해온 백씨는 임시주거용 조립식주택이 공설운동장에 마련되면서 앞으로 집이 고쳐질 때까지 이곳에서 지내게됐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 중 일부는 이전 이재민 대피소에서 만난 사람들도 있어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지낸다.

백씨는 "40년 전 섬진강이 좋아 고향인 부산을 떠나 구례로 왔다"며 "어려운 일을 만났지만 구례군 공무원들을 비롯해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 마음의 위로를 받았고, 다시 일어서는 데도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만난 안영삼씨(49)와 차승아씨(46·여)는 서울에서 구례군 마산면 냉천리로 9년 전 귀농한 부부다.

5000㎡의 감농사를 짓는 이들 부부도 지리산과 섬진강이 좋아 구례에 둥지를 튼 경우로, 이번 홍수에 임대로 살던 집을 잃고 현재 수리 중이다.

안씨 부부는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50일째 세번의 '곁방살이' 생활을 하고 있지만 주거가 안정되지 않아 불편한 점이 많다.

이들에게 이번 추석은 과거와 다른 명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서울의 가족이나 친척집도 방문하기 어려워 더욱 힘겨운 시간을 보내게 됐다.

이날 안씨 부부는 임시주택을 찾아와 집안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앞으로 1년간 생활 터전이 될 공간을 살폈다.

하지만 아직 전기와 상하수도 설비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아 숙식을 할 수 없기에 아쉽지만 걸음을 되돌렸다.

백씨와 안씨 부부처럼 구례공설운동장에 마련된 임시주거용 조립식주택을 이용하는 이재민들은 모두 18세대다.

이곳은 25일부터 입주가 시작됐지만 아직 전기와 상하수도 설비 등의 막바지 공사에 분주한 모습이다.

상하수도 설비공사를 맡은 한 업체 관계자는 "추석이 오기전 공사를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다"며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이재민들의 입주를 돕고 있다"고 전했다.

구례지역의 임시주택 규모는 총 50동으로 공설운동장 18동, 양정마을 20동, 마산면 냉천과 광평마을, 구례읍 계산리 등에 10여동의 임시 주택이 마련되고 있다.

구례군 관계자는 "당초 계획보다 임시주택의 제작이 늦어졌지만 추석 이전까지 전기와 상하수도 등의 기반 시설 공사를 마무리해 입주 주민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월7일과 8일 구례지역은 섬진강 범람과 서시천 제방 붕괴로 주택 711동과 상가 597동이 침수피해를 입었고, 1807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또 이재민 1149명이 발생해 9개소의 대피소로 분산 수용됐으며, 25일 기준 수재민은 12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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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공설운동장에 마련된 이재민 임시주택.2020.9.24/뉴스1 © News1 지정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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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j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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