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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데스크 칼럼] '파괴가 뉴노멀'인 시대 쏟아지는 규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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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세계 최대 클라우드기업인 AWS의 슬라빅 디미트로비치 솔루션즈 아키텍처 총괄은 지난 24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주제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20' 에서 ‘파괴가 뉴노멀'이라고 했다.

그는 S&P 500 지수에 속한 글로벌 우량기업의 평균수명이 1960년엔 33년이었지만 1990년 20년에 이어 2025년엔 14년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닷컴버블 붕괴, 금융위기,팬데믹(감염병 대유행) 같은 사건들이 인터넷 모바일 클라우드 같은 메가트렌드의 가속이나 개편으로 이어지고, 그 트렌드에 적기에 올라탔는지 여부가 기업의 생사를 좌우한다는 설명이었다.

한번 메가트렌드에 잘 올라타 성공해도 영원히 위대한 기업이 되는 건 아니다는 얘기다. 메모리반도체 스마트폰의 흐름에 잘 올라탄 삼성전자라도 새 흐름에 올라타는 변화가 있지 않으면 계속 잘나갈 수 있다는 보장은 하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무역전쟁이 겹치는 현실은 ‘스마트클라우드쇼 2020’에서 세바스천 스룬 구글 X 설립자가 기조연설에 언급한 "빛의 속도처럼 빠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기술변화와 메가트렌드의 개편이 빨라지면 변화하려는 기업에게는 기회가, 기성기업에는 리스크가 커지는 변곡점이 자주 찾아오게 마련이다.

변화는 혁신을 동반한다. 이것 저것 재야하는 규제의 그물속에서는 메가트렌드에 올라타는 변화를 행동으로 옮기기 힘들게 한다. 겉으론 규제 혁신을 외치는 정부와 국회가 규제 폭탄을 던지는 현실이 기업인들을 생사의 기로에 내몰리게 한다는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공정경제 3법’으로 불리는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제·개정안이 지난달 25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데 이어 한달여 뒤인 지난 28일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를 담은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감사위원 선출 때 대주주만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산해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의 조항은 대주주를 ‘적'으로 보는 인식의 틀을 보여준다. 대주주에게 지분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는 건 생각하기도 힘들다.

홍콩 증시가 2018년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후 기업공개(IPO)를 했던 중국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小米) 창업자 레이쥔(雷軍) 회장은 "창업자의 가치를 인정해준 조치"고 평가했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 본토에서도 지난해 출범한 상하이판 나스닥인 커촹반(과학기술혁신판)에 차등의결권이 도입됐지만 우린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도입하는 방안이 아직도 공청회를 하는 단계에 머물러있다.

공정사회를 내세운 규제 폭탄은 기형적 기업의 탄생을 예고한다. 변화와 혁신에 투입할 자원을 소송 방어나 주주 관리 같은 비용에 투입하는 구조가 돼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본질에 대한 통찰을 제공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널드 코스는 조직을 만들면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이 생겨난다고 했다. 기술개발하는 사람과 물건을 파는 사람이 한 조직에 들어가면 매번 거래에 따르는 비용이 줄어드는 게 한 예다. 하지만 기업을 하는 게 되레 비용을 키우는 구조가 되면 기업의 존재 자체가 흔들릴지도 모를 일이다.

중국의 불공정 게임을 바로잡기 위해 무역전쟁을 시작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 규제는 글로벌 본사는 텍사스주에 있고, 오라클과 월마트를 대주주로 받아들이는 어정쩡한 기업 지배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트럼프는 국가보안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국가보안을 내세워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를 차단한 불공정 중국에 대한 정치적 보복 성격이 짙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틱톡의 새로운 글로벌 본사체제를 두고 지정학이 탄생시킨 ‘프랑켄기업’이라고 했다. 프랑켄슈타인 처럼 짜깁기한 기형적 기업형태를 두고 대공황 시절인 1930년대 전쟁과 보호주의 탓에 해외 지사 운영을 현지 자율에 맡기는 식으로 대응했던 GM이 떠올려진다고도 했다.

국내나 국제사회나 공정을 내세운 정치가 휘두르는 규제의 칼에 기업의 자유와 효율이 훼손될 처지에 몰리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가 세계화의 불공정을 부각시키고, 빈부격차 확대와 젊은층의 일자리 상실로 불공정을 감내할 수 있는 사회의 수용성이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공정(公正)’이 시대정신으로 떠올랐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생사를 좌우할 메가트렌드 물결이 밀려오는 현실에서 쏟아지는 ‘규제 화살’을 피해 그 흐름에 올라타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모든 규제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현실을 악화시키는 규제에 반대한다"는 코스의 울림이 큰 요즘이다. 시장의 거대변화에 의해 ‘파괴가 뉴노멀'인 시대 정치에 의해 파괴가 확증되는 상황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오광진 정보과학부장(xiexi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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