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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속초시-롯데 `바다향기로` 갈등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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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속초 롯데리조트를 둘러싼 바다향기로 구간. [사진 출처 = 속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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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속초 '바다향기로'를 놓고 잡음이 일고 있다. 개통된 지 3년도 되지 않아 파도와 태풍에 시설물이 연이어 파손되는 등 구조적 취약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기상악화 때마다 파손과 복구를 되풀이하는 애물단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부실공사 논란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지난 2018년 4월 준공된 바다향기로는 속초해수욕장~외옹치 해안~외옹치항 구간 1.74㎞를 연결하는 산책로다. 속초해수욕장 구간은 속초시가, 나머지 외옹치 해안 구간은 현지에 리조트를 운영 중인 롯데 측이 건설한 뒤 속초시에 기부채납했다. 산책로는 지난 1970년 무장공비 침투사건 이후 차단됐던 외옹치 해안을 끼고 있어 개방 전 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다. 해안 절경을 보기 위해 현재까지 15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가면서 강원 동해안 대표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산책로가 바다와 가깝게 설치돼 파도에 취약하다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속초시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제10호 태풍 하이선으로 인해 외옹치 구간 내 다수의 난간이 파손됐고, 철제기둥이 유실됐다. 높은 파도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속초시는 안전을 위해 외옹치항부터 제1전망대까지 약 300m 구간을 통제한 상태다.

기상악화로 구조물 피해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에도 외옹치해수욕장∼군부대 초소 일부 구간이 너울성 파도에 구조물이 틀어지면서 산책로까지 기울어지는 피해를 입었다. 앞서 지난 2018년 8월에도 비슷한 곳에서 구조물이 유실되면서 한동안 통행이 제한된 채 보수공사가 진행됐다.

지역에서는 앞으로 반복적인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시민은 "파도는 계속 치고 태풍은 해마다 올 텐데 그 때마다 망가지고 복구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시간이 지날 수록 시설은 노후되고 (내구성도) 약해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구조물 파손이 계속되자 부실공사 논란과 함께 속초시와 롯데 간 책임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김철수 속초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애당초 공사시 롯데에서 일부 구간에 대해 대강의 공사를 한 부분들이 도출됐다"면서 "부실공사로 인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소재를 밝히고 피해 복구 부분에 책임소재도 가려보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롯데리조트 측은 태풍에 의한 천재지변에 따른 것으로 부실시공은 아니다며 선을 그은 상태다.

복구비용 분담도 논란거리다. 속초시는 파손된 구간을 롯데 측이 설계·시공한 만큼 복구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롯데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속초시는 산책로 복구를 위한 설계비 2200만원을 추경안에 반영했다. 올해 설계를 발주하고 내년에 사업비를 추가로 확보해 복구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복구비용은 1억6000여만원으로 책정됐다. 상황에 따라 비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속초시 관계자는 "롯데 측에 복구비용을 분담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고 실무진 간 협의도 진행할 방침"이라며 "더이상 추가적으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확실한 보강 공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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