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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민주당 '관대한' 당헌·당규…성범죄로 제명돼도 복당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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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무위 의결따라' 단서조항 더해…이해찬, 당규 불구 조기 복당하기도

관성적 개정 반복…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당헌 개정 목소리도

뉴스1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9.2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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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모호한 당헌·당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때마다 쇄신 차원에서 당헌·당규를 개정해 곳곳에 '지뢰'를 심어뒀지만, 동시에 단서조항 등으로 해석의 여지를 열어둔 것.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달 민주당은 성범죄와 관련된 당원의 경우 영구 제명해 복당을 허용하지 않기로 하고 당헌·당규를 개정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논란이 연이어 벌어지자 취해진 당 차원의 조치다.

당헌 제4조3항에 따르면 민주당은 Δ성범죄로 인해 제명된 자Δ공직선거 출마 신청한 후보자로서 당의 결정에 불복, 탈당해 출마한 자의 복당을 허용하지 않는다.

단, 관련 당규에서는 '당헌 제4조3항에 해당하는 자는 영구히 복당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에 '다만,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덧붙였다. '영구히'란 단어로 엄격한 윤리 규정을 세운 것으로 보이나 단서조항을 통해 탈출구를 마련해둔 셈이다.

당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사례가 워낙 다양하니 유연하게 운영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지도부나 결정 권한을 가진 기구에서 잘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단서조항이 당헌·당규를 무력화하는 경우가 적잖다.

당규 제2호11조에는 '탈당한 자는 탈당한 날부터 1년이 경과하지 아니하면 복당할 수 없다'는 규정이 담겼다. 다만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당무위원회가 달리 의결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조항이 있다. 1년이 되지 않더라도 복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공천에 불복해 탈당했다가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이 대표는 해당 단서조항을 통해 5개월 만에 민주당에 복당했다. 비교적 복당에 시일이 걸렸던 정동영 전 대표도 10개월 만에 복당해 1년을 채우지 않았다. 최근 4·15 총선을 앞두고 기초자치단체장이 조기 복당하는 사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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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이 슬픔에 잠겨있다. 2020.7.1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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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징계 회피를 위해 탈당한 인사에 대한 페널티 규정이나, 성범죄를 저지른 형사범 등 공직선거 후보자 '부적격' 대상 관련 규정에서도 당무위나 최고위원회의 예외적인 권한을 인정하고 있다. 기준이 불분명한 가운데 당내 인사로 구성된 의사결정기구의 판단이 관건일 경우 당헌·당규는 고무줄 잣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필요에 따라 당헌·당규를 개정하려는 시도도 심심찮게 나온다.

민주당은 공석인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을 두고 고심 중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23일 "후보를 낼 것인지 늦지 않게 책임 있게 결정해서 국민들에게 보고하고 그 이후에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만든 당헌 96조2항에 따르면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의 귀책 사유는 민주당에 있다. 다만 당내에선 '당헌을 개정해 공당으로서 후보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초선 의원은 "해당 당헌에 '중대한 잘못'이란 문구가 모호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어 보인다"며 "또 당헌·당규 자체가 훈시규정의 성격이 강하지 않나"라고 했다.

해당 당헌에 단서조항을 첨부하는 대안도 제기됐다. 이석현 전 의원은 지난 7월 페이스북을 통해 "책임 정치를 선언한 해당조항을 살리되, '단, 정치상황에 따라 당무회의의 의결이 있으면 후보를 낼 수 있다'는 단서조항 신설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jy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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