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에서 한국형전투기(KF-X) 시제기가 최종조립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지난 25일 경기 이천 특수전사령부. 제72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열린 기념식에서는 육해공군 전력과 미래 국군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평화를 만드는 미래국군’이라는 주제로 만들어진 기념 영상도 등장했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군의 모습을 담은 영상에서는 2030년대 영공방어를 책임질 한국형전투기(KF-X)도 포함됐다. 그만큼 KF-X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정부는 사업 분담금을 미납한 인도네시아와 재협상을 벌여 합의점을 찾으려 시도하는 등 KF-X 개발을 지속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중이다.

하지만 KF-X에 장착할 항공무장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아 ‘KF-X 개발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빈약한 공대지 무장 ‘난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최근 방위사업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F-X 공대지 무장은 미국산 GBU-12 레이저 유도폭탄, GBU-31과 GBU-38 합동정밀직격탄(JDAM), GBU-39 정밀유도 활강 폭탄, GBU-54, 56 레이저 정밀직격탄(LJDAM)과 CBU-105 지능폭탄, 국산 KGGB 정도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7~9월 KF-X 상세설계에 필요한 미국산 공대지 폭탄 기술자료를 확보했고, 현재는 소프트웨어, 시험탄 확보를 위한 수출 승인 등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공대지 폭탄으로는 1990년대 생산된 KF-16 전투기와 공격력 측면에서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KF-X에 장착될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10월 개최된 제8차 KF-X 자문위원회에서는 KF-X의 성능개량과 시험평가, 양산 시 가격 경쟁력 확보, 개발 일정 지연 대비 등이 거론됐다. 반면 공대지 무장 문제는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전투기가 작전을 수행하는데 있어 핵심적인 부분인 항공무장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쌍발엔진을 탑재한 KF-X는 전략적 타격력을 요구받는다. 2022~2028년 체계개발이 진행될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사업이 진행되는 이유다. 개발에 3000억 원, 양산 및 구매에 5000억 원을 투입해 타우러스(사거리 500㎞)급 미사일 약 200발을 확보할 예정이다. 2016년부터 내년까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LIG 넥스원이 공동 탐색개발을 진행하고 체계개발 단계로 넘어간다. 개발이 완료되면 KF-X와의 체계통합을 거쳐 운용될 예정이다.

◆우려 섞인 시각이 늘어나는 이유

검증되지 않은 미사일과 전투기의 체계통합은 리스크가 큰 작업이다.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지 불확실하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개발과정에서 리스크 감소가 필수인 이유다.

그런데 방위사업청은 지난 6월 이 사업을 ADD 주관에서 민간업체 주관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LIG 넥스원이나 한화가 주관 업체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KF-X 실물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예전에는 탐색개발 담당 업체가 체계개발도 맡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탐색개발과 체계개발 업체가 서로 다른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탐색개발에 참여한 ADD와 LIG 넥스원이 체계개발에서 모두 빠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리스크가 더 커지는 셈이다.

방사청은 ADD와의 기술협의(기술용역, 기술이전)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ADD는 내부적으로 체계개발 불참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나중에 기술적 문제가 생기면 ADD가 모두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탐색개발에서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가 체계개발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비용과 시간, 기술적 리스크가 증가해 K-11 복합소총처럼 개발 실패로 귀결될 위험이 있다. 그때 가서 대안을 모색한다 해도 실현되기까지 수년이 걸린다. 수조원을 들여 개발한 KF-X가 2030년대에도 KF-16 수준의 무장을 운용한다면, 공군 전력 유지와 경제성 등에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타우러스를 KF-X에 장착하거나 F-15K 탑재용으로 추가 구매해 전력공백을 메우는 등의 방법이 거론되는 이유다.

◆무장 강화 없인 KF-X 미래도 어두워

신뢰성을 갖춘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빨리 개발해 차질없이 운용하는 것은 전투기의 미래와도 직결된 중대한 문제다.

최근 그리스는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 18대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인접국 터키와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구매를 결정한 것이다. 인도도 최근 라팔 전투기 일부를 들여와 중국과의 국경지대에 전진배치한 상태다.

라팔의 강점 중 하나는 장거리 공대지 능력이다. 사거리가 555㎞에 이르는 스칼프 공대지미사일은 오차 범위가 1m 이내일 정도로 정밀도가 높다. 적 방공망 위협 범위 밖에서 전략표적을 타격한다. 프랑스군이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공습에 성공적으로 사용해 성능도 검증됐다. 라팔을 도입한 그리스는 터키를, 인도는 중국을 상대로 상당한 전략적 억제력을 발휘하는 비대칭무기를 확보하는 셈이다.

프랑스가 개발한 라팔 전투기. 스칼프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운용이 가능하다. 닷소 제공

KF-X 개발 분담금을 미납한 인도네시아가 라팔과 러시아산 수호이-35, 오스트리아 공군의 중고 타이푼에 관심을 보인 것도 마찬가지다. 중고 타이푼은 에어버스의 성능개량을 받을 경우, 새 타이푼을 구매하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에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등을 장착할 수 있다. 타이푼은 스칼프, 스톰 섀도우, 타우러스 장착이 가능한 전투기다. 이미 개발이 완료돼 실전에 쓰였던 무장을 빠르고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가 중고 타이푼 판매를 놓고 인도네시아와 협상에 들어간 상황에서 KF-X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문제를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하는 이유다.

현 정부 임기 말로 접어드는 정치적 환경도 변수다. 정권 말기에 예산 배정 등 개발 동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방산업계를 중심으로 조심스레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KF-X 체계개발을 담당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방위사업청 등은 ‘KF-X 띄우기’로 돌파구를 모색하는 분위기다. 올해 국산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시제품 행사와 KF-X 시제기 최종조립 공개 등으로 긍정적인 여론이 조성된 효과를 내년까지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KF-X 실물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방산업계 관계자는 “내년 5월로 예정된 KF-X 시제1호기 롤아웃 행사를 한 달 가량 앞당기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며 “내년 10월 서울 방위산업 및 항공우주산업 전시회(ADEX)와 정부 예산 확보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포함한 항공무장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벤트 효과는 일시적인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강력한 지상 공격력이 없다면 KF-X는 전력화도 수출도 어렵다. 어떤 방법이 KF-X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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