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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확신인가, 도박인가…中, 미검증 코로나 백신 수십만명에 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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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회사 임직원, 정부 공무원, 백신 개발사 직원, 기자들까지 미검증 백신 맞아

세계일보

중국 시노백 공장에서 한 직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점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제일 처음 주사를 맞은 사람은 국영회사 임직원들이었고, 그 다음은 정부 공무원과 백신 개발 제약회사 임직원들이었다.”

중국이 아직 안전성이 완벽히 검증되지 않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실험용 백신’을 진행 중인 3상 임상시험과 별개로 자국민 수십만명에게 투여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지난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는 ‘중국이 안전성을 검증받지 못한 코로나19 백신을 투여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다음은 교사, 슈퍼마켓 점원, 위험 지역을 다녀온 사람들이 실험용 백신의 투여 대상이 될 것”이라며 이 같이 전했다.

임상시험은 보통 4단계로 구분하며, 1상(임상 1단계)은 소수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약물의 체내 흡수 등 자료를 수집해 안전성을 평가한다. 2상(임상 2단계)은 최적 투여량 등을 평가하며, 3상(임상 3단계)은 수백명 규모의 환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약물이나 치료 등의 유효성과 안전성 등을 최종 검증한다. 마지막 4상(임상 4단계)은 시판 후 3상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안전성 및 장기적 부작용 등을 검토하고, 추가 연구를 시행하는 과정이다.

중국 국영 제약사 시노팜은 3상 임상 중인 자사 백신을 수십만명이 맞았다고 밝혔으며, 시노백 생물유한공사도 베이징에서만 1만명 이상에게 자사 백신을 투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노백 임직원 수천명과 이들의 가족도 백신을 접종했다고 한다. 홍콩 봉황TV는 중국의 기자들까지 시노팜 백신을 맞았다고 최근 전했다.

중국이 3상과 별개로 실제로 수십만명에게 실험용 백신을 투여했다면 이는 약물의 안전성 확보 등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적법한 절차를 어긴 게 된다.

게다가 이 같은 조치는 애초 중국 정부가 지난 7월 백신 긴급사용을 승인하면서 의료진, 전염병 통제인력, 국경 검문 요원, 도시 필수업무자 등을 위주로 접종하겠다고 밝혔던 것과는 크게 다르다.

3상 임상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백신 접종은 세계 보건 전문가들을 크게 당황하게 하고 있다. 임상과 무관하게 대규모 후보질을 투여한 국가는 중국밖에 없어서다. 검증이 끝나지 않은 백신은 위험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백신 성공에 크게 압박을 느낀 중국이 사실상 커다란 도박을 건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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