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9 (일)

러시아의 코로나 백신 근자감? 자신감? "부작용 땐 배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이지윤 기자, 임소연 기자] [편집자주] 3200만명에 육박하는 코로나19 확진자 중 100만명이 죽음을 맞았는데도 여전히 치료와 예방백신은 미로 속이다. 사망자가 가장 많은 미국은 대선을 앞두고 백신 개발이 후보자(트럼프-바이든)간 최대 쟁점이다. 중국과 러시아 등도 백신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바이러스를 막을 뿐 아니라 민심을 추스르는데도 필수라는 백신 개발을 둘러싼 각국 현황을 뜯어본다.

[MT리포트]백신이 겨눈 건 코로나 바이러스? 민심?(下)]


안전 뒤로하고 코로나 백신 과속하는 러시아

머니투데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 노보 오가르요보 집무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경제·사회영역 지원 대책 추진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코로나19 규제와 관련해 "일부는 강화하고 일부는 완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6만5929명, 사망자는 1537명으로 집계됐다. 2020.05.07./사진=[모스크바=신화/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러시아가 코로나19 '백신 전쟁'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냉전 시대 소련과 미국 사이 '우주 전쟁'을 연상시키듯, 러시아는 '스푸트니크V'란 명칭의 자국 백신을 세계 최초로 승인했다. 하지만 안정성 논란은 잠들지 않는 상황이다.

◇'세계 최초' 선점한 러시아, 안정성은?

러시아는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개발한 스푸트니크V 사용을 공식 승인했다. 스푸트니크V는 지난 1957년 소련이 인류 최초로 발사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에서 따온 이름이다.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스푸트니크V가 '세계 최초' 타이틀을 얻었다고 자찬하면서 "내 딸 중 한 명도 백신 접종을 받았다"며 "백신은 효과적이고 강한 면역력을 형성하며 모든 검증절차를 통과했다"고 자신했다.

미국을 포함한 서구에선 즉각 우려가 제기됐다. 스푸트니크V가 수천명에서 수만명을 상대로 이뤄지는 마지막 3상 임상시험을 건너뛴 채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안전성 입증보단 '속도전'을 우선시한 결과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임상 전인데도 백신을 배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러시아 백신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백신 개발 지침을 따르라"고 경고했다.

머니투데이

러시아는 11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사진)'이 세계최초로 공식 등록됐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모스크바 소재 니콜라이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학 및 미생물학 센터에 백신이 진열돼있는 모습. 2020.8.12./사진=[모스크바=AP/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자신 있는 러시아 "부작용 있으면 배상하겠다"

이 같은 우려에도 러시아는 멈추지 않고 있다. 오히려 스푸트니크V에 대한 문제 제기는 "근거 없는 지적"이라고 반박하면서 아시아와 중동, 남미 10개국 이상과 이미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부작용이 생길 경우 배상하겠다고도 약속했다.

22일 스푸트니크V 개발을 지원한 러시아 국부펀드 '직접투자펀드'(RDIF)의 최고 책임자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러시아는 자국 백신 구매자에게 모든 위험을 떠맡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백신에 문제가 있을 경우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한 발 나아가 "신뢰성과 안정성이 입증된 러시아 백신에 대해 다른 국가나 국제기구와 경험을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돼있다"며 "원한다면 국제연합(UN) 직원에게 무료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뒤늦게 스푸트니크V 3상 임상을 진행 중인 러시아는 두 번째 코로나19 백신 승인도 예고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벡터 바이올로지 연구소'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다음달 15일 공식 등록할 예정이다. 이 백신 역시 현재 2상 임상 단계에 있다.

머니투데이

1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한 의료 관계자가 실험용 스푸트니크 V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투약 준비를 하고 있다. 러시아 보건 당국은 위약 조절(placebo-control)이 가능한 4만 명의 무작위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이 백신에 대한 시험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07만3849명, 사망자는 1만8785명으로 집계됐다. 2020.09.16./사진=[모스크바=AP/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지윤 기자


우리부터 살고 보자…커져가는 백신 이기주의

머니투데이

/사진=AF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재 미국·영국·독일·중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개발 중인 백신 후보는 100개 이상. 하지만 자국민 먼저 살려야겠다며 수억회 접종분 선점에 나서는 미국처럼 '자국 이기주의'가 팽배하는 한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전 세계에 제대로 공급될 수 없다는 비관론도 끊이지 않는다. 백신 확보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백신 공동 구매·배분 프로젝트 '코백스(COVAX)' 등을 주도하고 있으나 미국과 중국은 빠졌고, 자국 내 백신이 개발 중인 참여국도 '자국 우선'을 외치지 않으리라 장담하기 어렵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은 다수 글로벌 제약사들과 공격적으로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일찌감치 백신 입도선매 경쟁에 뛰어들었다. 대부분 백신 개발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을 우선 투자하고 추후 약물 개발시 일정량을 먼저 공급받는 식이다.

영국은 아스트라제네카에서 1억 회분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화이자와 바이오엔텍이 함께 개발 중인 백신 3000만 회 접종분과 사노피-글락소미스클라인(GSK)이 공동개발하는 백신 6000만 회분을 확보했다.

미국은 아스트라제네카에 12억 달러(1조4000억원)를 투자해 3억 회분, 노바백스사와 사노비-GSK 공동개발 백신 각 1억 회분, 모더나 백신 10억 달러어치를 공급받기로 했다.

◇백신 독점 시도



머니투데이

/사진=로이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백신 독점 시도의 첫 사례는 프랑스 거대 제약사 사노피와 미국이 만들었다. 이 회사의 폴 허드슨 최고경영자는 5월 블룸버그통신에 “미국이 백신 연구 개발에 가장 먼저 자금을 지원했다. 백신이 개발되면 미국에 우선 공급할 것이다”라고 밝혀 프랑스가 발끈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 유럽연합이 “백신이 국제 공공이익에 맞게 공평하게 배분돼야 한다”며 반대했다.

미국은 프랑스 업체 사노피뿐 아니라 독일 제약업체 큐어백에도 손을 뻗쳤다. 트럼프 행정부는 백신 개발에 나선 큐어백에 백신 연구부문을 미국으로 옮긴 뒤 ‘미국인 전용’ 백신을 생산하는 대가로 거액을 제시했다. 여기에 독일 정부가 반발해 큐어박의 주식 23%를 인수했다.

미국 정부는 사노피, 큐어백 같은 해외의 백신 업체 외에도 보건복지부 산하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을 통해 자국 회사들의 백신 공급 우선권도 확보했다. BARDA는 백신 개발의 선두에 선 모더나에 4억8300만 달러, 존슨앤드존슨에 4억5000만 달러를 지원해 백신 입도선매를 마쳤다.

EU는 긴급자금으로 조성해놓은 27억 유로(3조원) 대부분을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가능성을 보이는 제약사를 위한 투자금 및 사전 계약금 명목으로 사용하는 안을 논의했다. 이와 별개로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4개국은 포괄적 백신 동맹을 결성해 EU 내에서 사용 가능한 백신 확보를 위해 아스트라제네카와 4억 회분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아시아에선 일본이 가장 적극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측과 코로나19 백신 공급과 관련해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긴급 백신 개발을 도맡은 연방정부기관이 백신 공급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신을 답습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옥스팜 인터네셔널은 "부유국이 생산량을 독식하고 백신과 치료제 공급까지 하게 되면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우려된다"고 했다.





◇'백신의 공평한 배분'



머니투데이

/사진=AF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에 WHO는 전 세계적으로 공평한 백신 공급을 강조하며 선진국들에 협력을 호소하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백신 개발에만도 1000억 달러(119조 원)가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WHO가 모금한 자금은 필요한 금액의 10% 정도 뿐"이라고 했다.

WHO가 GAVI,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와 함께 주도하는 코백스는 특정 국가의 독점적인 코로나19 백신 구매를 막고 모든 국가에서 고위험군의 백신 우선 접종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됐다.

각 가입국이 자국에 공급될 코로나19 백신을 조달할 때 코백스를 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코백스는 내년까지 20억회분의 백신 조달 및 공급을 목표로 두고 있다. 현재 코백스 프트폴리오에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9개가 들어가 있다.

코백스 가입국은 백신 구매에 국가 예산을 지원하고 개발도상국 92개국이 백신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자발적인 기부에 나설 예정이다. 일본과 독일, 노르웨이 등이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다만 미국은 중국에 편향된 WHO가 코백스에 관여한단 이유로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제약사와의 직접 거래를 통해 백신 물량을 확보하고 있고, 또 코백스와 WHO가 중국에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아직 참여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코백스는 중국 정부와 가입 여부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며 중국 측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고 했다. 대신 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구테흐스 총장과의 화상회의에서 개도국, 특히 아프리카 국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중국은 연구·개발 후 상용화되는 백신을 전 세계 공공재로 개발도상국에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임소연 기자

이지윤 기자 leejiyoon0@mt.co.kr,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