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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코로나로 달라진 경북 종갓집…음복 도시락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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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담 이윤우 선생 16대 종손 이병구씨

자녀·친척에 추석 방문 자제 요청

종친께 차례 후 먹는 ‘음복도시락’도 전해

“보배야,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내려오지 않아도 된다. 대신 내려오는 차비까지 두둑하게 용돈으로 보내마. 꼭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내라.”

석담(石潭) 이윤우(李潤雨·1569~1634) 선생의 16대 종손 이병구(68)씨는 추석 명절을 나흘 앞둔 27일 컴퓨터 화상대화를 통해 딸에게 안부를 전했다.

조선일보

석담(石潭) 이윤우(李潤雨) 선생의 16대 종손인 이병구씨가 추석명절을 앞두고 컴퓨터를 이용해 딸·사위에게 코로나 예방을 위해 추석에 내려오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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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손녀 김태은(5)양은 “외할아버지 너무 보고 싶어요. 나쁜 악당인 코로나가 물러나면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요”라고 화답했다.

최근 경북 칠곡군의 ‘언택트 추석 캠페인’에 동참한 이씨는 인천에 사는 작은 딸 보배(37)씨와 사위 김민재(35)씨에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해 추석에 내려오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씨는 인근 지역에 살고 있는 아들과 큰 딸에게도 연락해 추석연휴 고향 방문을 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또 종갓집에서 함께 차례를 지내는 50여 명의 종친들에게도 일일이 전화를 걸어 추석 당일 방문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씨는 평소 명절 때마다 객지에 있는 자녀들과 함께 사당에 모신 열 분의 조상을 위해 다섯 상의 차례 음식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이번 추석은 자녀들이 고향을 찾지 못하는 바람에 이씨 부부가 종갓집의 추석 차례상을 모두 준비해야 한다. 이씨는 추석 당일 종가를 찾는 종친들을 위해 제사에 쓴 음식을 도시락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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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이병구씨가 석담 이윤우 선생의 불천위 제사를 지낸 뒤 코로나 예방을 위해 종친들에게 각자의 집에서 음복하라며 나눠준 음복 도시락. /칠곡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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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25일 이씨는 석담 이윤우 불천위(不遷位) 제사를 지낸 후 코로나 예방을 위해 떡·과일·전 등을 담은 음복도시락을 종친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이씨는 “다소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코로나 예방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조선시대에도 역병이 돌면 비록 명절이라도 가족이 모이지 않은 사례를 보면 조상님도 이번 상황만큼은 이해해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칠곡군의 언택트 추석 캠페인은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백선기 칠곡군수가 기획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고향 방문과 모임을 자제하자는 내용이 담긴 글을 남기고 다음 참여자를 지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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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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