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단체의 요구로 산불감시원 채용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오수봉 전 하남시장이 항소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을 받았다. 법원은 “사적인 관계로 청탁을 들어준 것이 아닌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27일 수원지법 형사항소6부(부장판사 김중남)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오 전 시장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던 원심을 깨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하남시의회 사무과장과 시청 인사부서 팀장에게는 각각 벌금 500만원을, 전 비서실장에게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오 전 시장은 2018년 1월 하남시가 산불감시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응시자 13명의 청탁을 받아 비서실장을 통해 인사부서에 명단을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산불감시원 채용시험을 총괄한 공원녹지과 주무관이 실명으로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려 채용 비리를 폭로하면서 사건이 외부로 알려졌다. 시는 자체 조사를 벌여 부정 청탁으로 채용된 23명에 대해 전원 합격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오 전 시장의 범행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공적 권한을 남용한 데서 비롯해 죄책이 가볍지 않으나 기초단체장으로서 주민 단체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고 사적인 관계로 인해 청탁을 들어준 것은 아닌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시에 따라 선발된 산불감시원들이 대체로 노령에 생계가 어려워 이들이 선발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하남=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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