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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GS칼텍스배 프로기전] 흉내 바둑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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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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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7회 GS칼텍스배 때였으니 8년을 거슬러간다. 스물세 살 강동윤은 8강전에서 동갑내기 맞수 김지석과 부딪쳤다. 밥 잘 먹고 잠 잘 잔 뒤 편하게 만나 가벼운 농담 뒤에 즐겁게 둘 상대가 아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궁리와 작전이 판 위에 펼쳐진다. 돌 가리기가 중요했다. 흑을 잡았더라면 다른 포석이 나왔겠지만 볼 만한 거리가 있었을까. 강동윤은 백을 잡은 뒤 김지석이 두는 흑 포석을 고스란히 따라갔다. 이른바 흉내바둑을 눈앞에서 그리 길게 본 것은 처음이었다. 바둑판 오른쪽 위와 왼쪽 아래 꼭짓점끼리 잇는 대각선을 눈으로 긋고 50수까지를 바라보니 그 모양이 완벽한 대칭을 이뤘다. 흉내바둑이 끝나는 길은 두 가지. 백이 흉내를 이만 하고 마친다. 또 하나 흑이 가운데 화점, 천원에 둔다면 더는 흉내 내기를 하지 못한다.

김지석은 흑51로 천원을 차지해 가운데 모양을 키웠다. 이때부터 강동윤이 특기를 뽐낸다. 상대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고 이득을 보며 집 차이를 쭉쭉 벌렸다. 강동윤은 그 뒤 8년 동안 세 차례 본선에 올랐건만 8강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2년 연속 우승했던 신진서는 또 4강에 올랐다. '와!'보다 '그렇군' 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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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요즘 프로 바둑에서는 <그림> 흑1이나 '×'로 벌리지 않는다. 빠르게 움직이고 판을 넓게 쓴다. 흑9가 그러하다.

[김영환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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