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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현직 노조위원장이 與 최고위원 맡아…노조추천 이사제 등 현안 밀어붙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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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권력이 된 금융노조 ◆

매일경제

박홍배 위원장


'정치 세력화'에 성공한 금융노조는 개별 금융회사의 경영은 물론 금융정책 수립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21대 총선 과정에서 금융노조의 적극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된 52명의 국회의원을 바탕으로 본격 세를 불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노조의 힘이 세질수록 국내 금융 현실에 적합하지 않고 금융사 경영에 간섭할 우려가 높은 '노동이사제'와 같은 정치적 이슈들이 여과 없이 추진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 지명되고 얼마 후인 지난 4일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등과 함께 금융권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금융노조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이 참석했는데, 이들은 금융위에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정보통신 업체(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에 대한 대책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금융회사와의 공정 경쟁 문제, 소비자 보호 문제 등과 관련해 금융위에 대책 마련을 요구한 것이다. 그로부터 며칠 뒤인 10일 금융위 주도로 출범한 '디지털금융협의회'에는 노조가 추천한 2명의 인물이 참여했다. 금융노조·사무금융노조가 각각 추천한 인물이 포함된 것이다.

빅테크의 금융업 진입 문제는 금융권 일자리와도 직결되는 만큼, 금융권 노조 입장에서는 절실한 주제로 볼 수 있다. 이 밖에 다른 정책 수립 과정에도 금융권 노조가 참여할 개연성이 크다. 금융위가 "금융정책 수립 과정에서 양대 금융산업노조의 의견이 충분히 고려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금융노조는 노조 추천 이사제 등 개별 금융회사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제도 또한 본격 추진하고 있다. KB금융 사외이사를 필두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IBK기업은행 사외이사에 노조가 추천한 이사가 임명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금융노조는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은 오는 11월 열리는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선임될 사외이사 후보로 윤순진 서울대 교수와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를 추천했다.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은 이에 앞서 두 차례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조합 측은 이번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두고 '소수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노조 추천 이사제와는 관련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금융노조가 이를 적극 지지한 것은 노조 추천 이사제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장기적인 포석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KB금융에 이어 캠코, 기업은행의 사외이사 임기도 순차적으로 돌아와 노조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은 지속적으로 논란이 될 소지가 크다.

기업은행은 이미 지난 1월 노사 공동선언문을 내며 "노조 추천 이사제를 유관 기관과 적극 협의해 추진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바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기업은행에서 받은 노사 합의 내용 설명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사는 사외이사 2명의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2~3월 이전에 노조 추천 이사제와 관련해 협의하기로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최근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도 주목받고 있다. 배 의원이 제출한 법안에는 금융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근로자를 대표하는 위원이 1명 포함되도록 하고, 임추위가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경우에는 근로자 대표 위원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를 포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박홍배 위원장은 1972년 부산 출신으로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 금융노조 전국은행산업노동조합협의회 의장,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을 지냈으며 작년 초 KB국민은행지부 총파업투쟁으로 주목받았다. 작년 말 전국금융노조위원장에 당선됐으며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됐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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