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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SKT가 투자한 나녹스, 가치 제로" 공매도 행동주의자의 일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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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 머디워터스 카슨 블록 대표 인터뷰

"묻고 싶다. 나녹스 사진 직접 본적 있나"

'행동주의 공매도' 급증, 실패도 적지 않아

조선일보

카슨 블록 머디워터스 대표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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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 기업 니콜라에 이어 의료기기 스타트업 나녹스가 ‘행동주의 공매도 투자자(activist short seller)’의 공격을 받았다. 이들은 리서치와 투자를 동시에 한다. 보고서를 통해 공매도한 사실도 공개한다. 행동주의 투자 전문 연구기관 액티비스트 인베스팅에 따르면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미국 내에서는 52개의 행동주의 공매도 투자기관이 활동 중이다. 이들이 지난해 진행한 ‘공매도 캠페인’은 168회에 달한다.

나녹스는 SK텔레콤도 투자한 기업이다. 나녹스 공매도 투자자 중 한 명인 카슨 블록 머디워터스(Muddy Waters) 대표는 지난 10년 동안 시노포레스트, 오리엔트페이퍼, 탈 에듀케이션, 아이치이, 루이싱커피 등 무수한 미국 상장 중국 기업들의 회계 부정을 폭로하면서 ‘중국 기업의 저승 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공매도 투자를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차이나 허슬’의 주인공 중 한명이기도 한 블록 대표를 23일 새벽 단독 인터뷰했다. 회사 이름 ‘머디워터스’는 손자병법 20계인 ‘혼수모어(混水摸魚·혼탁한 물에서 고기를 잡는다)’에서 따온 것이다.

◇"나녹스가 찍었다는 사진, 직접 본적 있나"

–나녹스는 어떤 계기로 공매도를 하게됐나.

“요즘같은 시장 상황에선 기업공개(IPO)를 눈여겨본다. 그리고 회사 관계자가 ‘사실이기엔 과도하게 좋아보이는 것’(too good to be true)을 말하기 시작하면 촉각을 곤두세운다. ‘(의료용) 영상 스캐너 시장에 변혁을 일으킨다’는 등 여러 이야기들이 나왔다. 또한 ‘MSaaS’(Medical Screening As a Service)와 같이 조어를 쓰는 모습을 보곤 이 기업을 더 깊게 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당시 확신이 들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이때부터 여러 방사선 전문가를 찾아가 의견을 묻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기사들을 훑어보다 창업 스토리의 주역인 리프만의 이름을 봤다. 이 사람을 취업검색 포털 링크드인(LinkedIn)에서 검색해보니 감옥에 한 번 다녀왔더라. 정말 그대로 적혀있다. 그때서야 생각이 들었다. ‘이거 우리가 찾던 먹잇감이다’.”

–어떤 식으로 조사를 계속 했나.

“방사선 전문가들과 굉장히 많은 대화를 나눴다. 나녹스가 정말 기술을 갖고 있다면 나녹스 실제 이미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얘기를 검증하려 나녹스의 업무 제휴 파트너들에게도 접촉했다. 그들은 지난 3월부터 줄곧 이미지를 보내달라고 재촉했다는데, 그러나 누구 한명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그리곤 이런 말을 해줬다. ‘우리가 홍보 목적에 쓰이는 것 같다.’ 이는 과거 사례를 봐도 스타트업 주식 홍보를 할 때 종종 쓰이는 수법이다.”

나녹스는 지난달 상장 이후 한 달여 만에 주가가 두 배 넘게 올랐을 때 공매도 투자자의 공격 대상이 됐다. 대표적인 행동주의 공매도 투자사인 시트론 리서치(Citron Research)와 머디워터스가 연달아 동시에 ‘사기다’라는 공개 보고서를 내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어디를 조사했나.

“나녹스와 관련있는 시설물을 샅샅이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일본, 미국, 남아공 등에 인력과 자원을 투입했다.”

–SK텔레콤의 투자에는 무슨 문제가 있다고 보는가.

“SK텔레콤은 나녹스의 사업을 ‘합리화’해주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이 투자해 안도감을 주는 ‘후광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SK텔레콤은 전체 그림에선 매우 일부일뿐이다. 사실 조사를 하다보면 외부인의 의견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돈을 직접 투자한 투자자들의 의견이 매우 소중하다. 그런데 거액을 투자한 SK텔레콤을 살펴보니, 김일웅 홍콩법인 대표가 달콤한 조건의 워런트(일정 수의 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받은 것이 눈에 띄었다. 행사 가격이 매우 낮은 데다, 상장을 끝내고 워런트를 행사할 수 있다는 조건이다. 지난 주 기준으로 약 3500만달러 규모다. SK텔레콤의 투자 의사 결정에 관여하는 사람이 개인적으로 이런 특혜를 받는 것은 이해상충 소지가 있다고 봤다. 폭스콘도 투자에 참여했는데 SK 투자금액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스톡옵션을 받는 게 문제가 되나.

“내가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투자 의사 결정을 하는 사람이 그렇게 좋은 조건으로 스톡옵션을 받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런 가치 없는(valueless) 기업에 투자를 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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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녹스(Nano-x) 기업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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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사들은 오랜 기간 검증했다고 항변한다.

“되묻고 싶다. 도대체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실제로 나녹스가 찍은 영상 이미지는 두 눈으로 직접 본 적이 있는가.”

이와 관련, SK텔레콤 관계자는 “김일웅 대표건은 작년 12월쯤 이미 다 공개됐던 내용이며, 그가 (워런트를) SK텔레콤 투자 유치 이후 받은 것도 아니다”라며 “그는 SK텔레콤과 무관하게 개인 자격으로 오랜 기간 나녹스의 멘토 역할을 했고 나녹스 기술 개발에 기여한 점도 있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공매도 보고서는 무디스처럼 실제 기관 보고서라 보기도 어렵다. 공개적인 주가 작전 세력에 가깝지 않은지 의심이 든다”며 “SK텔레콤은 적절한 기술 검정을 한 뒤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매도 투자자들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머디워터스는 지난해 7월 홍콩에 상장된 중국 최대 스포츠웨어 브랜드 ‘안타스포츠’의 회계 부정을 주장하며 109쪽짜리 매도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서 안타스포츠의 매장 수와 매출이 과장됐다고 지적했지만, 안타스포츠 주가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공매도 투자 거물들의 집중적인 공략 대상이었지만 올해 주가가 폭등하며 공매도 세력의 ‘무덤’이 됐다. 금융 데이터 분석사 S3파트너스는 테슬라 공매도 세력이 올해 들어 1월부터 8월까지 254억달러(약 30조원) 손해를 입었다고 추정한다.

◇"나녹스는 제2의 테라노스"

–기술 진위 논란을 일으켜 많은 사람들이 잔뜩 화가 나 있다. 당신이 사기꾼이라는 지적도 많다.

“반드시 겪게 되는 과정이다. 사기 의혹을 제기하면 내가 사기꾼으로 몰리는 상황은 매번 벌어진다. 그 사람들이 일부러 다른 사람을 속이려 그런 말들을 한다고 비난하고 싶지 않다. 다만, 나의 지적은 보고서에 담겨있다. 보고서가 영어이긴 하지만 방사선 전문가들의 코멘트를 읽어보길 바란다. 내 의견이 아니다. 미국 파트너사의 코멘트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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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디워터스가 조작 의혹을 제기한 나녹스의 방사선 사진/머디워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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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녹스가 니콜라와 비슷한 사례로 보는가.

“니콜라의 경우 제너럴모터스(GM)가 손해를 보는 파트너십은 아니었다고 본다. 매리 바라 GM CEO는 파트너십으로 ‘GM은 혁신적’인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계기였다고 본다. 나녹스는 테라노스(사기로 문닫은 미국의 바이오 기업)와 비슷한 사례라고 본다. 테라노스도 투자자들이 실체를 볼 수 없었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의 카리스마로 굴러가던 회사였다. 몇몇이 경고음을 울렸으나 모두가 홈즈를 사랑했기에 묵살됐다. 제대로 된 실사를 할 수 없다면 결국 많은 의사 결정이 개인 간 친목에 따라 결정된다. 제 아무리 영리한 기업인도 이런식으로 일이 굴러가다보면 결국 사기를 당할 수 밖에 없다. 앞서 SK텔레콤 투자사측이 몇 년동안 검증을 했다고 하는데, 과장스런 표현인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몇 년동안 검증할만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나녹스는 자사 홍보 영상에서 주력 제품인 나녹스아크(Nanox.Arc)로 인간 모형을 촬영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나녹스의 기술이 거짓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주된 증거 중 하나다. 그러나 머디워터스 측은 이 시연 영상에서 등장하는 방사선 사진들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제기했다.

–시연 영상과 홍보 영상에서 무엇을 의심스럽게 봤나.

“사진이 조작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보고서에 자세히 썼다. 이 밖에 홍보 영상 중 하나에 GE이미징의 블루멘펠트(Blumenfeld) 박사가 등장하는 것도 눈여겨봤다. 그가 업계에서 매우 저명하고 진중한 사람인 건 모두가 인정한다. 그런데 박사가 홍보 비디오에 등장해 하는 말을 들어보면 회사가 약속하는 것에 대해 명확한 얘기를 하지는 않고 있다.” (블루멘펠트 박사는 홍보 영상에서 본인의 커리어를 설명하고 컴퓨터단층촬영(CT) 기기가 의료 영상기기의 혁명이이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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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녹스의 방사선 기계 이미지 /나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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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선두 후지필름도 투자했다고 하는데.

“일본에서도 조사를 벌였다. 다만, 증거로 뒷받침할 만한 주요 단서는 발견하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라 보고서에서는 제외했다. 그래서 일본 관련 정보는 후지필름을 포함해 구체적으로 대답해줄 만한 정보가 없다.”

최근 주식 시장 장세에서 공매도 투자자가 돈을 벌기란 결코 쉽지 않다.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돈을 어마어마하게 풀면서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개인투자자 자금까지 증시에 유입돼 웬만한 악재로는 주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언젠가 이 ‘거품’이 꺼질 때 공매도 투자자가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전설적인 공매도 투자자 짐 차노스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기업 사기의 황금기인 동시에 사상 최대의 공매도 기회”라고 주장했다.

–앞으로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까.

“하루하루 일희일비하면 이 바닥에서 오래 못버틴다. 물론, 주가가 두 배 넘게 뛰어버리면 곤란하지만 말이다. 다만, 물론 주식 시장이 지금보다 더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쓰레기 같은 회사들이 주목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워낙 말도 안되는 가격의 주식(massively frothy equity)들이 속출하다보니 이런 일들이 터진다.”

–대형 금융기관에서는 이런 보고서가 왜 안 나온다고 생각하나.

“보통의 월가 금융인들은 꼼꼼하게 기업을 검증하면 채권 발행, IPO로 돈을 벌기 힘들 것이다.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중국 기업이 첫 타깃...'애국 투자' 한국은 관심 없다"

–어떤 일을 계기로 공매도 투자에 뛰어들었나.

“중국에서 창고 사업을 벌이다 일부 기업인들의 거짓말을 여러 번 목격한 게 주된 계기였다. 중국에서 일하다보면 사람의 ‘생각’과 관념이 얼마나 쉽게 조종당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된다.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은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중국에선 다르다. 어떤 비즈니스 파트너가 ‘제 공장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해도 그것이 자기 공장이 아닐수도 있단 뜻이다. 공장 주인을 돈으로 매수해 제것인냥 떠들 수도 있다. 새 유니폼을 입혀둔다던지, 사기 수법은 무궁무진하다.”

–아버지도 금융인이었는데.

“한때 지인들의 투자 전략 중 하나는 ‘아버지가 투자 추천한 종목을 공매도하자’는 것이었다. 실제로 아버지는 카리스마 있는 사람들에게 휘둘리는 경향이 있었고, 그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적도 있다. 로스쿨에 진학한 것도 이러한 어려움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도구를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로스쿨 진학 후 중국으로 돌아와 일을 했다.”

–첫 공매도 투자는 어디였나.

“중국 제지업체인 오리엔트페이퍼였다. 중국 내 창고 사업으로 어려움을 겪던 2009년 무렵 길을 가다 지나치며 이 회사 공장을 여러 번 봤다. 처음부터 이 공장이 사기의 진원지라고 처음에는 생각하지 않았다. 빈 공장을 보며 ‘도둑 맞았나 보구나’ 생각했다. 그러던 와중에 아버지가 이 회사 조사를 의뢰했다. 아버지는 ‘그 회사 사장이 담배도 안 피우고, 여자도 멀리하고, 술도 안 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했다. 그때 머리를 스친 생각은 ‘놀고 있네’(bull shit)였다. 중국에서 사업한다는 사람이 그렇다는 것은 믿기 어려웠다.”

–사기를 어떻게 잡았나.

“얼마후 대만 출신의 이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새 공장 부지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그에게 평당 건설비는 얼마냐 물어봤다. 대답이 참 걸작이었다. ‘그것 참 좋은 질문이네요. 잘 모르겠는데요.’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모른다니 황당했다. 재고 대신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는 등 여러 부실 정황이 있었는데도 주가는 꿈쩍도 안했다. 그래서 결국 보고서를 한 번 써보기로 했다. 당시로선 아무것도 잃을게 없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를 내면 IB(투자은행)든 기관 투자자든 어디선가 컨설팅 의뢰가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지인들 50명쯤에게 보고서를 보냈다. 다음날 주가가 55%가 내렸다.”

–사람들은 공매도 투자자를 싫어한다. 이 인터뷰, 악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신 말대로 모두가 날 싫어한다. 그러나 카이사르처럼 영웅 대접을 받으려고 시작한 일은 아니다. 내 성격에 맞는 일이다.”

–한국 기업에는 관심 없나

“외국 공매도 투자자로서 한국은 가장 재미 없는 곳이다. 몇 해 전 한 헤지펀드가 엄청난 규모로 한 한국 기업을 공매도 투자한 것을 봤다. 참 순진하다고 생각했다. 한국 투자자들은 외국 투자자의 공매도를 방어하는 것을 애국적 의무로 생각할 텐데 말이다. 사전 조사를 벌이면서 들은 말들이다. 사실 한국 시장의 작동 원리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 SK텔레콤도 겨냥한 것이 아니라 그냥 조사를 하다보니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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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 이들에 찍히면 주가 반토막… 월가의 ‘공매도 자객들’

[남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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