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9 (목)

[단독] 고위공직자 참여 탈북민 지원 기구 ‘있으나 마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통일부 차관 수장 ‘북이탈민대책협’

문재인정부 출범후 열린 회의 절반

정책결정권 없는 실무자 ‘대타’ 참석

나머지 회의도 서면으로 대체 ‘맹탕’

세계일보

고위공무원들이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탈북민 지원 협의체가 문재인정부 들어 단 한 차례도 온전히 열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찰이 신변보호를 맡은 탈북민을 성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등 정부의 북한이탈주민 지원 제도가 허술하게 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 27일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개년 ‘북한이탈주민대책협의회 개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열린 6차례 회의 중 3차례는 참석 대상인 고위공무원 대신 정책결정권이 없는 실무자들이 ‘대타’로 참석했다. 나머지 3차례 회의 역시 서면으로 대체돼 협의회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북한이탈주민대책협의회는 통일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20개 부처 고위공무원단 또는 그에 상당하는 사람이 위원을 맡는다.

협의회가 2018년 4월 당해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을 심의한 전체회의의 경우 9개 부처 및 2개 지방자치단체 과장 및 사무관이 대리참석했다. 규정상 20개 부처와 3개 지자체(서울·경기·인천) 소속 실·국장급 위원이 참석해야 하지만 고위공무원 과반이 참석하지 않았다. 이듬해 시행계획을 논의한 2019년 1월 역시 7개 부처에서 대리참석자를 보냈다.

탈북민 모자 ‘아사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이 일었던 직후인 2019년 9월 회의는 기획재정부를 제외한 다른 부처 고위공무원이 모두 참석해 그나마 정상적으로 열렸다. 탈북민 지원을 위한 근본적 정책 마련엔 무심하다 여론을 의식해 사후대책 수립에 나선 셈이다. 당시 회의를 주재한 서호 통일부 차관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공직자 모두가 책임의식을 가지고 탈북민 지원문제와 복지 사각지대 해소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월 경찰의 탈북민 성폭행 사건이 알려진 직후엔 회의가 소집되지도 않았다.

평양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됐던 2018년부턴 회의가 서면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1월 첫 회의 이후 2019년, 2020년 각각 11월과 2월 한 차례씩 열린 회의 역시 서면이었다. 정부 출범 이전이었던 2016년의 경우 대참자 및 불참자가 있었지만 서면 대체 회의는 없었다. 실무협의회는 8차례 열려 2017∼2020년 4년간 총 7차례보다 많았다. 통일부 관계자는 “회의는 필요할 때마다 소집된다”면서도 협의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부처별 대리참석을 보낸) 사정을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지난해 8월 27일 서울 광화문역 앞에 마련된 '탈북 모자' 추모 분향소에 관계자들이 조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이 같은 무관심 속에 탈북민들은 속속 해외로 떠나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제3국 망명 및 재입북, 이민 탈북민은 2017년 총 9명이었다가 2018년 22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의 경우 15명이 이 같은 사유로 한국을 떠났다. 이 의원은 “현 정권은 북한이탈주민 정책에 무관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정부는 탈북민 대책이 목숨걸고 자유를 선택한 탈북민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매우 중요한 국가 정책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은산 기자 silver@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