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7일 오전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인천공항=연합뉴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7일 3박4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를 만난다. 김현종(사진)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도 지난 16일부터 20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던 것이 뒤늦게 확인됐다.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청와대와 외교 당국의 두 단위가 긴밀하게 움직이는 것은 10월 북·미 깜짝대화(‘옥토버 서프라이즈’)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갑작스럽게 터진 북한군의 해양수산부 어업지도원 총격 사망 사건 문제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본부장은 이날 오전 출국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는 데 있어 현재 우리는 매우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건 대표와 만나 현 (한반도)상황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또 대화를 재개해 한반도에서 완전화 비핵화와 평화정착이라는 양국의 도전과제를 어떻게 협의, 추진해 나갈 것인지 긴밀하게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의 방미는 이번 어업지도원 총격 사망 사건 이전부터 잡혀 있던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의 대북 대화 시사와 추석 뒤 방한,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연설 종전선언 언급 등과 맞물려 10월 깜짝대화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는 이날 옥토버 서프라이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지금은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시기”라며 “어떤 상황에 대해 예단하지 않겠다. 다만 모든 가능성에 대해 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옥토버 서프라이즈는 깜짝 북·미 대화만을 언급하는 것은 아니고, 미국 대선을 앞두고 내달 북한의 당 창건일(10월10일)을 전후로 도발이 있을 수도 있는 만큼 그 가능성을 관리하는 차원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 외교가의 분석이다.

이미 이뤄진 김 2차장의 방미에서도 북한 문제가 논의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청와대는 이날 김 2차장이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을 비롯한 국무부, 국방부, 에너지부, 상무부 등 정부 관계자들과 싱크탱크 인사 등과 한·미 간 주요 현안 및 역내 정세 등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김 2차장의 방문 시점을 고려하면 종전선언을 제안한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앞두고 미국에 이해를 구하려는 목적의 방미가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지만, 청와대는 부인했다. 앞서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는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미국을 찾는 등 최근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 고위 당국자들이 연이어 미국을 찾고 있다.

중국군 유해 인도식 2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제7차 중국군 유해 인도식’이 열리고 있다. 양국은 2014년 한국에서 발굴한 6·25전쟁 당시 중국군 유해를 국제법과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송환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117구를 포함해 현재까지 총 716구가 인도됐다. 국방부 제공

하지만 북한군의 해양수산부 어업지도원 총격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 문제가 북한과 관련된 논의를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 이 본부장은 이날 출국하면서 이 문제가 한·미 간에 논의되느냐는 질문에 “한반도 관련 사항은 다 논의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는 “지금 우리의 현 과제는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전망이라든가, 남북관계 영향에 대해 예단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홍주형·박현준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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