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사설]남북, ‘서해 갈등’보다 진상 조사·시신 수습 힘 모아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한에서 총격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우리 측에 공식으로 사과하고 이틀이 지난 27일 이른 아침 북측 등산곶이 보이는 연평도 앞바다에서 해병대원들이 해상 정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긴급 안보장관회의를 열고 남측 공무원이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 총격으로 숨진 사건을 공동조사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피해자 시신 수습을 위한 남북 정보 교환·협력도 요구하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조업 중인 중국 어선 등에도 시신과 유류품 수습을 위한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례적인 신속한 사과에서 보듯 북한 역시 원만한 사태 해결을 바란다고 판단해 공조를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제안이 아니더라도 진상규명과 시신 수습은 사태 해결을 위한 최우선 과제다. 피격 공무원의 표류 경위에 대한 북측 조사 결과부터 총격 당시 상황, 총격 지시 주체, 시신 훼손 여부에 이르기까지 남북 주장이 판이하다. 이 공무원이 표류 경위를 밝히지 않고 도주할 듯해 총격을 가한 뒤 부유물만 태웠다는 게 북측 주장인 반면 월북 의사를 밝혔음에도 상부 지시로 사살한 뒤 시신을 태웠다는 게 남측이 파악한 첩보 내용이다. 북측 주장을 남측은 물론 국제사회가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동시에 북한의 협조가 없으면 사건의 진상을 온전히 밝히기는 불가능하다. 남북의 주장이 엇갈리다 사실 규명이 미궁에 빠질 수 있다. 정부는 “남과 북이 각각 발표한 조사 결과에 구애되지 않고 열린 자세로 사실관계를 함께 밝혀내기를 바란다”고 했다. 남측은 첩보를, 북측은 군당국 보고를 기준으로 설명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해보자는 것이다. 제로베이스에서 함께 진상을 규명하자는 정부 제안에 북한은 응해야 한다. 현 상황의 장기화는 북한으로서도 좋을 게 없다. 비무장 민간인을 사살한 뒤 진상규명에도 협조하지 않는 야만적 체제라는 오명을 벗기 힘들다.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인정받으려면 공동조사 제안에 응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시신 수습을 위한 남북 공조도 북한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시신 수습은 인도주의적인 견지에서 절박한 문제이고 사건 규명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서남해상과 서부해안 전 지역에서 수색을 조직하고 시신을 습득하는 경우 남측에 넘겨줄 절차와 방법까지도 생각해두고 있다”고 했다. 자체적으로 수색을 벌여 시신을 발견하면 남측에 인도할 의사가 있다는 것이다.

기왕에 그럴 생각이라면 남측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서해 남북 수역에서의 수색 효율성도 높이고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도 막는 방법이다. 북측은 이날 남측 선박이 시신 수색 과정에서 북측 영해를 침범하고 있다며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자신들이 1999년 일방적으로 선포한 서해 해안경비선을 기준 삼아 서해NLL을 둘러싼 남북 갈등의 묵은 불씨를 다시 지펴서는 안 된다. “남녘 동포들에게 미안하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가 진심이라면 진상 규명과 유해 수습을 위해 남측과 힘을 모아야 한다. 이 문제를 협의할 남북 고위급 접촉도 조속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