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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아동 성행동 보면 어떡하죠? 보육교사 80%가 “난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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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교사 등 199명 설문

성행동 피해아동 부모에게

“애 키우기 어렵다” 부적절 처신도

정부 대책 발표 한달 지나

“성교육 매뉴얼 서둘러야” 지적


한겨레

지난해 올라온 경기 성남시 어린이집 관련 청원.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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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교사들이 유아들의 성행동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어린이집 아동 성 관련 일탈행위 대응방안’ 자료집을 보면 설문조사에 응한 어린이집 교사 97명 중 77명(79.4%), 어린이집 원장 102명 중에선 44명(43.1%)이 ‘유아 간 성행동문제로 곤란한 경험을 했다’고 답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경기 성남시의 어린이집에서 다른 유아에게 성적 피해를 입은 아동의 보호자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글을 올려 “피해 회복 및 중재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촉구함에 따라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어린이집 교사 97명과 원장 102명 등 모두 199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이르면 만 2∼3살부터 유아들의 성행동을 관찰할 수 있다고 답했다. 자주 나타나는 성행동 유형으로 화장실 안을 엿보고 궁금해하기(69.8%), 책상 모서리에 성기를 비비는 등의 자위행위(68.2%), 놀이처럼 서로 몸을 보여주기(41.9%) 등을 꼽았다. 상대적인 비율은 높지 않지만 친구의 성기를 허락 없이 만지거나(7.5%), 성적 놀이를 하자고 강요하는 등(5.4%) 타인에 대한 강제성이 동반되는 사례도 있었다,

보육현장에서 교사들은 이처럼 광범위하게 유아들의 성행동을 목격하지만 참고할 수 있는 성교육 매뉴얼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설문조사에 응한 어린이집 원장의 48%가 기관 내 관련 자료가 마련돼 있지 않다고 답했다. 유아 성행동문제 지도를 위해 자료가 충분한지를 묻는 만족도 조사에선 5점 만점 기준 2.18점에 불과했다.

이처럼 허술한 체계 안에서 유아 성교육은 교사의 개인 역량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린이집 교사 40.8%는 성행동문제를 다룰 때 가장 어려운 요인으로 ‘상호작용 및 지도 방법’을 꼽았다. 아이들이 성에 대해 부정적 생각을 갖지 않도록 하는 가운데, 성행위가 잘못된 이유를 설명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일부 교사들은 ‘성남 어린이집 같은 사건을 만나면 뭘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고 들은 적도 없다’고 토로했다. 연구진이 학부모·원장을 심층면접한 내용을 보면 되레 ‘냄새날 것 같다’며 자위 아동이 옆에 오는 것을 꺼리거나, 교사가 피해 아동 부모 앞에서 “‘행위 아동’이 원래는 똑똑하다”, “요즘 남자애들 키우기 어렵다”며 부적절하게 대응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달 26일 정부는 성남 어린이집 사건의 후속 조처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성교육 담당교사’를 지정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보육 현장에서 일하는 교사와 원장은 업무 과중과 전문성 등을 우려하며 ‘외부 전문가를 통한 성교육’을 요구했다. 강선우 의원은 “보육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면서도 담당 교사의 업무 과중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현장과 소통하며 대책을 점검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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