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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사설] 北, 남측 수색작업에 “영해 침범 말라”니 적반하장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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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이틀 만에 무력충돌 경고

영해 논란으로 만행 덮으려는 것

추가·공동조사로 진상규명해야

세계일보

북한이 어제 서해상의 남측 피격 공무원 수색작업과 관련해 ‘서해 해상군사분계선 무단침범’ 행위를 즉시 중단하라고 으름장을 놨다. “새로운 긴장을 유발할 수 있다”며 “또 다른 불미스러운 사건을 예고하게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천인공노할 만행에 대해 사과문을 발표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무력대응까지 시사한 것이다.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민간인 사살 만행을 해묵은 영해 논란으로 덮으려는 불순한 의도까지 엿보인다.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은 북한이 2007년 설정한 ‘서해 경비계선’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인 서해 북방한계선(NLL) 바로 아래쪽에 걸쳐 있다. 남북은 9·19 군사분야 합의서에서 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군사충돌을 방지하자고 명시한 바 있다. 군과 해경 함정들은 25일부터 서해 NLL 이남에서 공무원 시신과 소지품 등을 수습하기 위한 해상 수색활동을 벌이고 있다.

북한은 자신들도 수색을 전개할 계획임을 밝히고 “시신 수습 시 남측에 송환할 절차와 방법을 생각해뒀다”고 했다. 하지만 “사건의 전말을 통보했으며 필요한 안전대책들을 보강했다”며 청와대가 요구한 추가·공동조사는 사실상 거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과로 할 것은 다 했으니 더는 문제 삼지 말라는 뜻이다. ‘바다에서 부유물에 떠 있는 불법 침입자가 도주할 듯해 총격을 가했고 시신을 못 찾아 부유물만 불태웠다’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믿으라니 어이가 없다. 상부 지시가 분명한데도 ‘경비 정장이 규정에 따라 총격을 결심했다’고 우긴다.

비무장 민간인을 군인이 총격으로 살해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북측이 알맹이 빠진 사과와 겁박으로 이번 사태를 넘기려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북에 공동조사를 재차 요청했다. 북한은 남북 공동조사를 통해 진상 규명에 나서 책임자를 처벌하고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북측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섣부른 기대를 언급할 때가 아니다. 이러니 북한이 남한을 얕잡아 보고 후안무치한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닌가. 정부는 북측 경위 설명의 문제점을 면밀히 따져 진상 규명을 위한 추가·공동조사를 관철해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와 연대해 북한의 반인권·반인륜 행위에 제재를 가하는 방안도 모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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